상반기 국내 주요 팹리스 업체들의 매출 정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에 육박하는 팹리스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마이터스, 코아리버, 넥스트칩 등이 상반기 전년 대비 2배에서 50%가까운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리콘마이터스(대표 허염)는 지난 상반기 23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매출 실적 244억원에 맞먹는 수치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부터 노트북·모니터 LCD용 전력관리 칩(PMIC)을 판매해왔다. 올해는 더욱 성능이 향상된 PMIC를 내놓고 TV LCD용 PMIC칩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6월말 정부의 `스타SoC육성사업`을 통해 휴대폰용 PMIC에도 진출했다. 2007년 설립 당시 7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 직원 수는 3년이 지난 지금 65명. 미국의 현지 사무소 개발인력도 10명으로 늘었다. 허염 사장은 “개발 단계부터 국내에 경쟁사가 없는 제품을 선정하고 국내 고객에게 빠르게 응대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마이터스는 해외에서 투자금을 모아 대부분 비용을 제품 개발에 쏟았다.
코아리버(대표 배종홍)는 지난 2년간 연간 매출액이 80억원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액 78억원을 넘는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50억원 달성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전문으로 판매하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제품군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터치센서를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셋톱박스용 영상 디코더칩, 발광다이오드(LED) 구동칩을 선보였다. 지난 7월에는 96채널까지 구동할 수 있는 터치센서 구동칩을 내놨다. 터치센서와 LED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한 뒤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개발을 끝냈기에 가능했다. 영업은 대리점을 통하고 개발에만 집중 투자한다. 배종홍 사장은 “경쟁사보다 두 배 빠른 개발 속도로, 약 3개월마다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은 올해 상반기 2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7억원 대비 42.6% 성장했다. CCTV·DVR 등의 영상을 처리하는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로 탄탄하게 입지를 다진 뒤 올해부터는 블랙박스용 통합칩, 비디오 디코더, 터치센서 등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해를 시작으로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각종 센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경수 사장은 “CCTV 영상, 휴먼인터페이스 분야가 동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