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나 취미에 심하게 빠져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お宅)`가 국내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변형되어 쓰이는 말.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을 좋아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표현이다. 줄여서 `오덕` 혹은 `덕후`라고도 한다. 정도가 심한 오덕후에게는 `십덕후`란 표현도 쓴다.
본래 오타쿠란 표현은 게임, 애니 등의 하위문화에 대한 애호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한 분야에서 일반인을 뛰어넘는 열정과 전문가에 준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긍정적 용례도 있다.
반면에 오덕후는 장르로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지역으로는 일본에 대한 선호를 공통분모로 가진 사람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최근엔 군사 등 다른 분야 마니아에게 이 용어가 쓰이는 경우도 볼 수 있긴 하다.
오덕후란 호칭은 일종의 `낙인`으로 작용한다. 집 밖에 안 나가고 종일 컴퓨터 화면 앞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 진짜 여자는 사귄 적도 없으면서 모니터 속 여성 캐릭터와의 판타지에 빠지는 `안경 끼고 여드름 많고 뚱뚱한 남자(안·여·돼)`가 오덕후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실제 마니아 수준의 열성이 없더라도 일본 하위문화에 관심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오덕후란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인터넷은 각 개인이 각자의 취향을 존중받고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오덕후에 대한 비난 여론은 인터넷 역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분리와 배제의 논리가 적용되는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특정 집단을 부적응 집단으로 규정해 배제하면서 자신은 동질적 다수에 포함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나는 일본 만화를 좋아할 뿐 오덕후가 아니다`는 항변은 `그게 바로 오덕후`라는 차가운 반응을 얻기 일쑤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팬들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 `소덕(소녀시대 덕후)` `원덕(원더걸스 덕후)`이라 부르며 키보드 배틀을 벌이는 모습 역시 오덕후란 용어가 다른 편에 대한 낙인과 부정의 수단으로 사용됨을 보여준다.
* 생활 속 한마디
A:너는 나이가 몇인데 애니메이션 여자 캐릭터 보고 `하악하악` 하며 오덕후질이니?
B: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