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로만 상생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중소기업중앙회가 직접 나서 `상생을 바라는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인 `갑을 관계` 기업문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오랜 관행이지만 개선되지 않은 채 중소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대기업 물량을 받지 못하면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이 `가격 후려치기`를 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하도급 업체는 다시 재하도급 업체를 닦달하고 이런 구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일부 대기업은 사업을 같이할 것처럼 기술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받은 자료와 기술을 빼돌리기도 한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중소기업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일부 대기업의 왜곡된 단면이다. 오죽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가 `갑을병정`이 아니라 `갑을병종`이라는 우스개가 나올까.

대기업은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고, 직원들은 수백%의 격려금과 성과급 등 `돈잔치`를 벌이지만 중소기업은 날로 피폐해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중소기업의 박탈감은 반기업정서로 나타나고,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도 할 말이 많다. 대기업은 지난 1년간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의욕적인 투자로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고 국내에선 일자리 나누기도 하는 등 경제회복에 앞장섰다. 미진한 것이 있다면 대기업이 아니라 아직 불투명한 경제 환경 때문이라는 하소연도 일리가 있다.

정부의 유연하지 못한 조치도 문제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기업은 갑을문화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나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사라지도록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은 고통도 함께 분담하고 성과도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