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공룡 기업` NHN에게는 한 가지 `지우고 싶은` 꼬리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시장에서만 강한 `국내용 기업`이라는 것.
NHN은 검색포털 네이버가 인터넷 검색 시장을 독점해오고 있는 데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국내 인터넷 시장을 장악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야심차게 진출한 해외에서는 제대로 기를 못 편 채 부진한 성적표를 내보이고 있어 인터넷 업계 1위 기업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여러 해 공들인 노력이 결국 순손실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보이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법인의 존립 여부 자체가 논란이 될 정도다.
인터넷 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NHN의 해외 매출은 워낙 미미해 해외 성과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평가 자체를 난감해하기도 했다.
◇ 해외 진출 빨랐으나… 여전히 해외 매출 비중은 `미미`
지난달 30일 진행된 NHN의 2010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이날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성과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 컨퍼런스 콜에 참가했던 한 연구원은 "그나마 소폭 이익을 내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곤 해외 성과와 관련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회사 측이 애써 대답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NHN 측은 아직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가능성이 남아있는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계획들을 발표했지만 현재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 법인에 대해서는 짤막한 답변만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그는 전했다.
실제 NHN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에 밀리며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출 5년째를 맞은 미국에서는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적자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게임 부문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검색포털 사업에서도 아직 매출 성장세가 미미해 당장 수익을 창출할 만한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는 상태다.
NHN은 인터넷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빠른 2000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지만 10년이라는 역사에 비해 현재의 실적이 상당히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NHN은 지난 2분기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실적이 439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 실적은 439억원 수준.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5대 온라인 게임회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대략 35% 수준, 많게는 50%를 넘는 기업도 적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NHN의 해외에서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 부진의 늪에 빠진 해외 사업…적자에 철수설에 `첩첩산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국이다. 지난 2004년 NHN은 중국 게임포털인 롄종(아워게임)을 1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NHN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NHN은 자국 산업 보호정책 등 중국 정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매출액 급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HN은 중국 업체들에 밀리며 지난 3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아워게임의 지분 매각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NHN 미국 법인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NHN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05년 7월 2차 도전을 감행했다. NHN USA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미국 게임시장 문을 두드렸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243만달러로 전분기(277만달러) 대비 급감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손실을 기록, 이후에도 적자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디오 게임 위주의 미국 시장에서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국내에서처럼 시장을 공략해 나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계속 공개해오던 현지법인 실적 "이젠 밝힐 수 없어"
그나마 잘 나가던 일본 게임시장에서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 콘솔게임이 대세를 이루는 일본에서 NHN의 온라인 게임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일본 검색 서비스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 진출 초기 단계인 데다 NHN 재팬이 인수한 라이브도어와 시너지를 고려해 볼 때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글로벌 거대기업 야후재팬과 구글재팬이 일본 검색시장을 90% 가량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NHN 재팬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특히 라이브도어 인수에 따른 시너지 문제는 중장기적인 이슈인 만큼 당장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NHN으로선 구원투수로 기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에는 실적 발표 때도 합쳐서만 발표할 뿐 해외 법인별 구체적인 손익 상황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부진하다보니 회사 측에서도 굳이 세세하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NHN 측에 올 이후 해외 법인별 실적 자료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내부 방침 상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시장에 공개된 자료는 지난해 4분기까지일 뿐 이후의 실적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상황.
NHN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해외 법인별로가 아닌) 한데 묶어 발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할 것에 대비해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해 나가고 있어 해외 법인별 실적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매일경제 정나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