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115)구글은 왜 `슬라이드` 를 인수했나?

구글이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과 가상 커뮤니티 구축 애플리케이션 전문업체인 ‘슬라이드’를 인수했다고 6일(미 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구글이 인수한 ‘슬라이드’는 결제 솔루션 업체인 ‘페이 팔’의 공동 창업자 중 한사람인 `맥스 레브친`이 지난 2005년 8월 설립한 소셜 네트워킹 분야 전문 벤처 기업으로, 현재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소셜 게임과 가상 상품(아이템)을 서비스 중이다. 페이스북용 소셜 게임인 `SPP랜치`나 `수퍼 포크` 등 소셜 게임이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유튜브 등에 올라와 있는 각종 동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인 ‘슬라이드 펀 스페이스’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슬라이드’ 인수 소식은 IT전문 블로그 매체인 테크크런치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는데, 구글이 이번에 인수 사실을 공식 확인하자 IT 업계는 구글의 `슬라이드` 인수 금액과 의미에 관해 궁금해하고 있다. 구글이 정확한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구글이 4천6백만 달러의 종업원 `잔류 보너스(retention bonus)`를 포함, 총 2억2천8백만 달러의 돈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슬라이드`를 왜 인수했을까?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슬라이드 인수는 향후 구글이 G메일,구글 닥스,유튜브,피카사 등 인터넷 서비스의 소셜 네트워킹 요소를 더욱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슬라이드`의 창업자인 맥스 래브친도 자사 인터넷 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구글의 `이노베이터`로 참여,구글 서비스의 개선을 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의 `슬라이드` 인수는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이 준비중인 소셜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구글 게임즈(가칭)`와 새로운 SNS 서비스인 `구글 미(Me)의` 사전 포석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두 서비스는 어떤 식으로든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구글은 세계 최대 소셜 게임 업체인 징가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IT전문 블로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말 런칭 예정인 ‘구글 게임즈’를 준비하기 위해 징가에 1억~2억 달러의 거금을 투자했다. 이번 `슬라이드` 인수 역시 소셜 게임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구글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조사업체인 `인사이드 네트워크`에 따르면 SNS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가상 상품의 규모가 올해 8억3천5백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소셜 게임과 가상 상품 시장을 소셜 게임 사업 진출을 통해 확 틀어쥐겠다는게 구글의 전략이다.

구글의 이번 `슬라이드` 인수는 SNS 사업 강화의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최근 페이스북의 급부상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얼마전 가입자 5억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은 이미 주간 트래픽 경쟁에서 구글을 제쳤다. 인터넷 트래픽 조사 전문 기업인 `히트와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은 페이스북이 9.16%,구글이 7.45%다. 1.71%의 격차를 보이면서 페이스북이 이미 구글을 앞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단순히 점유율 수치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페이스북에 자신들이 만든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올려놓고 있으며, 구글 검색 대신 페이스북 검색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구글의 `애드센스`와 겨룰만한 광고네트워크 서비스를 준비 중이란 소문도 계속 흘러나오고 잇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글은 페이스북에 필적할만한 `구글 미(Me)`라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구글이 ‘구글 버즈’ ‘오컷’ ‘웨이브’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또는 소셜 기능을 갖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네티즌들의 호응은 별로 높지 않았다. `구글 버즈`는 G메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SNS 기능을 제공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비판을 받았고 ‘오컷’은 브라질 등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1년여 공을 들였던 SNS 방식 협업 서비스인 `구글 웨이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구글의 SNS 사업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은 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SNS는 구글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시장이자 서비스다. 이 때문에 구글이 머지않아 페이스북에 견줄만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그래서 `구글 미`에 IT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구글이 인수한 `슬라이드`의 사업 영역 역시 SNS의 큰 프레임 안에 있다. 구글의 `슬라이드`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