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 <5> 논쟁의 핵심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망 중립성 논란 연도별 쟁점과 진행 상황

망 중립성은 해외에서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자생할 다수의 새로운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야기될 공통된 정책 이슈다.

통신과 타 산업의 융합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망 중립성은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 의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방송통신정책의 근간이 된다.

인터넷 보급 초기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콘텐츠 업계와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가입자 포화와 신규 서비스 등장으로 대립 경쟁적인 양상으로 전환되면서 역학관계에 다소 변화가 일어났다.

2006년 말 국내에 미국 사례가 소개되면서 국내에 망 중립성 개념이 도입됐을 당시 망 중립성은 지역 과점인 미국의 초고속 시장상황에 따른 것으로 인식됐다.

상호접속 의무와 모든 사용자끼리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개념이 당시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을 배경으로 보편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이 논쟁의 필요성마저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전화(VoIP), IPTV,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P2P 그리드, 스마트TV 등이 일상생활에서 점점 보편화, 현실화되고 이들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망 중립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이에 대한 어떤 조문도 없는 우리나라 통신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포털 등 벤처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개발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과 다양한 콘텐츠 유통이 광대역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는 인과관계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망 사용에 대한 이용대가 분쟁=망 사용에 대한 이용대가 문제는 비단 망 중립성 만의 이슈는 아니다. 통신사업자가 다른 망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통신업의 속성이다. 하지만 인터넷망을 이용한 서비스가 방송 및 통신 서비스의 기존 역무와 겹치게 되면서 이용대가 문제는 IP를 기반으로 한 방송, 전화 등에서도 불거졌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망 중립성 관련 이슈는 2005년 VoIP의 인터넷망 이용대가 산정 시부터다. VoIP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 형태의 하나로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통신사, 케이블)는 24시간 통화가 가능하도록 품질을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 발생을 주장했다.

당시 수익자 부담 원칙과 시내전화 역무 구분에 따라, 상호접속기준에 타사 인터넷망 사용 대가를 규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를 도출했고 서비스사업자는 안정적인 망 사용권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일단락됐다.

협상으로 끝난 이 문제와 달리 2006년 9월 LG파워콤과 하나로텔레콤 사이에 임대 광동축혼합망(HFC) 문제는 트래픽 차단으로 번졌다. 파워콤은 하나TV로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데도 별도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트래픽을 차단했다. 결국 정부까지 나서 시정을 명령하면서 두 업체는 이용대가에 합의했다. 하나로텔레콤이 임차 지역 가입자당 월 800원을 지급하고 이 지역 트래픽 증가로 전송장비가 추가로 필요할 경우 양사의 합의를 거쳐 서비스 제공자인 하나로텔레콤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유료 부가 서비스의 이용대가는 협의해야 한다는 것을 하나TV가 위반했으며 망 사업자인 파워콤도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을 위반했던 사례”라며 “전기통신설비 사용에 부당한 차별을 하거나 협정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36조에 위배된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과다 트래픽 발생시키는 사용자 규제 논쟁=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특정 서비스들의 발전은 여전히 망 사업자들에게 위협적이다. 그동안 저작권 이슈로 규제의 대상이 됐던 P2P는 저작권 문제와 함께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l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P2P서비스가 개인끼리의 파일 주고받기를 넘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다음 등의 주요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와 음악 포털 `멜론`에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파일을 주고받는 용도를 넘어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송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이 기술은 백본망에서의 트래픽을 감소시키므로 망 사업자에게도 유리한 새로운 기술이라는 게 P2P 그리드 기술 제공업체의 주장이다.

반면에 ISP들은 과다한 P2P 트래픽 증가로 다수의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를 저하시키고 망에 부담이 가중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P2P를 지목하면서 무임승차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현재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용 중인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이노그리드, 피어링포탈, 클루넷, 시디네트웍스 등의 P2P그리드 제공업체에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거나 제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는 P2P의 활성화로 전체 트래픽은 증가하지만 P2P 활성화로 오히려 포털의 전용회선 구매액은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인도 P2P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헤비 유저가 되도록 콘텐츠제공업체(CP)들이 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IDC운용 업체 관계자는 “망을 이용해 수익을 낸 만큼 망 관리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며 “P2P서비스의 발전으로 통신사의 매출이 30∼40% 이상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망 중립성=스마트폰 등 모바일 인터넷 기기가 대량 확산되면서 인터넷 사용수단이 무선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자연스레 망 중립성의 개념이 무선망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스마트폰 활성화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트래픽 증가를 동반한다. 하지만 현재 3G망을 통한 스마트폰 이용에도 CP는 무선의 특성상 주파수 획득 등 별도의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도 유선 전용회선 비용만 지급하고 있다.

비용증가에 따른 부담뿐 아니라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인한 매출 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지난 5월 세계적인 스카이프는 3G망을 이용해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아이폰을 출시한 KT는 서비스 차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스카이프를 역무 침해로 확정하기에는 논란이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삼성네트웍스의 `감` 서비스에 대한 유권해석을 아직 방통위가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지난달 m-VoIP를 월 5만5000원 요금제에 적용하면서 도입을 선언했지만 금액을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면서 완전히 망 중립성을 수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결국 3G망을 이용한 m-VoIP 서비스는 주파수 역무를 이용하기 때문에 망을 임차해 사용하는 가상이동통신망(MVNO)과 유사한 형태로 가입자를 보유한 기간 사업자 간의 직접 계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스카이프로 대표되는 m―VoIP 서비스 제공자들은 저렴한 서비스로 요금인하에 기여하며 원활한 사업을 위해 미국과 같은 망 중립성에 바탕을 둔 규제가 국내에서도 요구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망 중립성 문제로 협상을 벌인 구글과 버라이즌이 망 중립성 적용을 유선망으로 한정하고, 무선망은 제외한 것으로 합의했다고 월스트저널이 보도했다. 자세한 협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망 중립성 논란에서 무선부문을 배제하는 논의가 진행됐음은 분명하다. 당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법제화를 추진하며 무선인터넷에도 망 중립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