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이 화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살자는 상생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이번만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상생이 이뤄지고 함께 어울려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공동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납품가격을 정상화하고 기술 탈취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소기업 스스로가 상생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중소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제몫을 하는 건실한 기업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은 신뢰의 기반 속에서 자생능력을 갖춰야 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신뢰의 틀을 다져야 한다.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력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생은 동등한 관계에서 이뤄진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 직장에 다닐 때 납품 중소기업에게 대기업 임원이 선물하며 좋은 물건을 만들어 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은 흔히 보았다. 그 물건 덕분에 자신의 평가가 좋아지기 때문이란다. 상생을 위해 우선 `사준다` `팔아준다`는 단어를 버려야 한다. 물건을 사는 것은 구매자의 필요에 따라 구입하는 것이지 판매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일은 아니다. 이런 선심성 사고가 갑과 을의 관계를 만든다. 갑과 을이 아닌 동업자로서 중소기업을 이해하고 역할을 분배하는 시도는 대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 칼잡이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실적, 특히 이익만을 중심으로 경영하는 대기업에게 중소기업과 상생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임원들에게 수익을 강요하며 중소기업과 상생하라 요구하는 경영자의 논리다. 중소기업의 몰락이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해해야 하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상생으로 미래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정한 상생을 원한다면 경영주는 자신의 기업에 `상생신문고`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다.
대기업에게 상생을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대기업의 의무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최저입찰제를 통해 예산을 절약하는 데 앞장서면서, 말만으로 대기업을 강제하려 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먼저 상생의 토양을 만들기 위해 공공사업의 구도를 정리하고 상생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또 하나의 대기업이 되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게 자신의 몫을 내어주고 상생의 길을 가는 대기업에겐 어떤 모습으로든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인 혜택이 될 수도 있고, 상생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도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상생하는 기업들에게 국민이 함께 힘을 실어 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굴러가는 톱니바퀴의 톱니가 정확히 물리도록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큰 톱니가 작은 톱니를 지배하려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작은 톱니바퀴를 조정하려 한다면 결국 톱니바퀴는 엇갈리게 된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선진국가 시대를 열고, 미래의 희망을 기업과 국민이 함께 이야기하는 내일을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