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국내 경제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나, 동시에 소득과 성장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IT 중심 성장과 정책과제`라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IT제조업의 GDP 성장 기여율이 1970~1990년에는 3~7%에 불과했으나, 2006~2009년에는 18% 이상으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5대 주력 업종의 소득 기여율과 성장 기여율의 격차가 4%에서 16.2%로 대폭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의 소득과 성장 간 격차가 대부분 IT 제조업 성장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현상은 IT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핀란드, 일본, 독일 등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IT제조업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면서 물량 확대가 용이한 반면 급속한 기술혁신으로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특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소득 기여율과 성장 기여율 간 격차가 8.7%로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IT제조업이 소득과 성장 간 격차를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성장, 소득, 고용 등 부문간 선순환 구조가 약화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IT 융합 등을 통한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신성장산업의 적극적인 발굴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IT산업은 일자리 창출에서도 다소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제조업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IT제조업 취업자 수는 2004년 56만9000명을 기점으로 감소했다. 또 2007년 기준 취업유발계수는 5.7로 제조업 평균의 60%, 서비스업의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IT 제조업은 10억원의 생산이 이뤄지더라도 새로이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는 5개가량에 그친 것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18명, 건설업은 16명, 자동차 산업은 1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국가들도 IT제조업의 비중이 높으면 구조적 요인에 의한 고용 감소폭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는 일본과 핀란드가 39.8%, 20.8%로 국내의 15.7%보다 높고, 독일과 미국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IT제조업에 대한 산업 집중도는 OECD 국가 중 핀란드,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IT를 전통산업 등에 접목시켜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강욱기자 신미래 연구원 woo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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