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이 국내 방송장비 시장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전환 수요에 의해 방송장비기업 매출이 지난해 10% 이상 증가했으며 올 해는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외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시장 수요 증가에 대비한 기업 매출 증가 폭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제기돼, 디지털전환을 장비 국산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가 131개 국내 방송장비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장비산업 실태에 따르면, 2009년도 국내 내수 매출은 국내 방송사의 디지털전환사업 수요에 힘입어 7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936억원(14.3%)이 증가했다. 또 올해는 2009년에 비해 36%나 증가한 1조17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 시장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디지털전환이 꼽혔다. 지상파방송사 수요는 적었지만 디지털전환에 발맞춘 케이블방송사와 위성방송 · IPTV 사업자들의 디지털장비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점쳐졌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총내수 매출 가운데 약 2000억원이 국내 방송사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상파 디지털전환은 300억원, 케이블과 위성 · IPTV 등이 1700억원 규모다.
지상파방송사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구매할 예정이며, 여기에 더해 케이블방송사와 방송채널사업자의 디지털장비 수요 증가가 더해 국내 방송장비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방송사와 IPTV 등 유료방송사 수요까지 합하면 2012년까지 장비 수요는 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협회는 전망했다.
이에 비해 수출은 다소 주춤했다. 2009년 수출액은 2572억원으로 2008년 대비 4.5%(11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디지털전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국내 방송장비기업들의 매출이 늘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방송사의 국산 장비 도입률이 여전히 20% 수준인데다 공공기관이나 종교단체 등의 방송시설에도 외산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이 자료는 설명했다. 또 업계 설문을 통한 현황조사에서도 여전히 방송장비 수요기관이 외산 장비를 선호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방송사는 국산 장비에는 전수검사 등 엄격한 구매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어 국산 장비에 실질적으로는 역차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산 장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풍토보다 오히려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 역차별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외산 장비는 별도의 유지보수계약을 운영하나 국산은 2년 동안 무상 유지보수 후 별도 계약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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