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배터리를 4개 정도로 표준화한다고 한다.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 아니라 충전 방식까지 제각각이어서 겪는 국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취지와 달리 휴대폰 및 배터리 제조업계는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업계는 배터리가 휴대폰의 기능과 디자인 등의 핵심 경쟁 요인이자, 소비자 선택권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율로 놔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정 휴대폰에 최적의 배터리를 만들어 내놓는 것인데, 이를 표준화해 다른 휴대폰에서도 쓸 수 있게 하면 오작동은 물론 심각할 경우 화재 또는 폭발 등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 또한 단호하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연간 최대 500종에 이르는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각기 다른 배터리를 만들어 내놓는 것은 대표적인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더욱이 4개 정도의 모델로 표준화하면 휴대폰 제조사와 상관없이 호환이 가능해져 소비자 불편이 훨씬 줄어들 것이란 논리도 덧붙인다.
정부는 4가지 표준 초안을 마련해 오는 10월께 업계와 표준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단체 표준안이나 국가표준으로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시한까지 정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은 취지와 달리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이런 표준 추진 때문에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세계 스마트폰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괜한 `헛심`을 쓰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자율과 경쟁은 이제 막을 수 없는 시장 흐름이다. 휴대폰 업계는 소비자의 외면을 가장 두려워한다. 제품이 선택받지 못할 정도로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면 그 제조사는 퇴출될 수 밖에 없다. 자원 낭비도 손해가 나는 일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