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과잉투자와 정부의 외환관리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겪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우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결국 이러한 원인분석은 21세기 들어 우리 경제가 효율성 중심의 미국식 시장경제 구조로 정립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그간의 많은 개선에도 여전히 고비용 구조다.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가격, 인건비, 금융비용이 모두 높아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서민이 생활하기 힘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지만 생산성은 하위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기술(IT)은 이 같은 구조 개편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명을 발전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정보와 지식에 있다. IT는 이러한 정보와 지식의 축적 및 전달에 혁명적인 진전을 가져옴으로써 과거에 없던 고속성장을 역사의 무대에 새롭게 등장시켰다. IT는 현대인에게 거리와 시간을 줄여줘 비용을 절감하게 하고 지식역량을 보강함으로써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가져다준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교통의 발달은 집중화를 야기하고 통신의 발달은 분산을 촉진한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의 경우 KTX는 서울의 병원과 백화점으로 전국의 사람을 모으는 수단이다. 반면에 스마트폰 등 통신 기기의 발전은 원격근무, 원격교육 등 스마트 워크를 통해 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다. 또 교통비와 유류비의 절감, 공장 및 상가 등의 부동산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수도권의 경우 인구 집중화가 높은 부동산 가격의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IT는 큰 역할을 한다. 당장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보편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지 사용 효율화가 녹색성장의 최대 당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력과 IT의 융합인 스마트그리드와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은 우리의 과도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능형 교통체계인 ITS의 발전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며 u시티 건설로 지역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IT를 통한 효율화의 여지는 이 밖에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IT가 바로 인간 활동의 근본인 정보의 축적 및 전달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전략을 다루다 보면 경제, 안보, 복지, 교육 등 각종 이슈로 IT가 비교적 작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IT는 모든 분야의 효율성에 기여하므로 결코 그 영향력이 작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IT는 독자적인 하나의 산업영역에 머물지 말고 다른 분야와 활발히 융합함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더욱 높여야만 한다.
IT에 익숙한 국민이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그 만큼 우리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일류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각종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스템 개혁이 바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극복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IT의 역할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sjkwak@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