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송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미디어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등 방송기술이 급변하는 가운데에서도 방송계가 여전히 이공계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한국의 방송 기술이 뒤쳐질 경우 TV 산업 등 다양한 IT산업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사의 방송기술직 인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연구직은 국내 모든 방송사를 통털어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공개채용 중인 지상파 방송사는 경영 효율을 앞세워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기술직을 채용할 예정이다. MBC는 2명의 기술직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5~6명의 기술직을 채용했으며, 송신 등의 업무가 없는 EBS(4명)보다도 적게 채용하는 수준이다. 2명 채용은 기술직도 공채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의 경우 다른 방송사에 비해 가장 많은 17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지난 해보다 10명이 줄어든 숫자다. 게다가 올 해 80여 명의 기술인이 퇴직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술직이 대폭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SBS는 전체 기술인력이 80여 명에 불과하다. 기술인력의 상당수가 뉴스텍과 아트텍 등 자회사를 통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직 현황은 더욱 열악하다. 지상파 · 케이블TV · DMB 방송사를 모두 포함해도 R&D 인력은 100명 남짓이다. 전체 인력은 지상파가 약 1400명, 케이블TV가 5400명 수준으로 R&D는 전체의 0.15%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지상파방송사 R&D 인력이 80여 명이어서 다른 방송사 R&D 인력은 2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케이블TV · DMB방송사는 그나마 기술직이 R&D까지 떠맡고 있어 방송의 미래를 연구하는 R&D 기능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들 방송사는 대부분 기술직이 연구직을 겸하다보니 뉴미디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
방송사가 기술직과 R&D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사이, 세계적으로는 HD방송을 뒤이을 차세대 방송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UHD급 이상의 화질전송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송전송 표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위한 논의도 시작됐다. 또한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쏟아져나오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인력 구조로는 제작과 송출 등 현 사업 대응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 아니라 현재 있는 인력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디지털 전환 등 당장 시급한 사업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2012년 디지털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현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디지털 방송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거나 할 기술진이 60~7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일 방송통신위원회 PM은 “R&D인력 숫자만 봐도 국내 방송기술 연구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전세계 방송과 IT 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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