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전기차 전문가는 하나도 없다"

당초 예정됐던 전기자동차(EV) `(아이텐)i10`의 출시가 지연되면서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8월 공언한대로라면 지난 15일 전기차가 나왔어야만 상황이다.

17일 지식경제부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당초 15일 광복절을 목표로 전기자동차 개발 및 출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발표는 이 목표에 맞춰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공식적으로 1호차 생산은 이뤄졌지만 당초보다 전기차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30대의 차를 내놓을 계획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개발 능력과 의지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지난 9월에야 남양 연구소내에 40여명 안팎으로 구성된 전기자동차 개발실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전기차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전기차의 핵심인 모터와 배터리 관련 인력은 거의 전무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차를 제조하는 데는 다양한 부품을 효율적으로 결합해야 제대로 성능을 갖춘 차가 만들어지는 데 현대차에는 전기차의 최적화를 이끌 경험자가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현대차에 엔진관련 연구 인력만 수백명이 종사하는 데 반해 전기차 관련 연구 인력은 수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해 전기차 개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기차 관련 인력이 여전히 가솔린 내연기관 중심의 조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아직 준비조차 덜 됐다는 것. 준비 부족은 차체 개발 등에서도 노출된다.

GM의` `볼트`나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니산의 `리프` 등은 최소 3년간 수천억원을 신규투자 전기차 전용 프레임을 개발했지만 `i10`의 경우 인도에서 생산중인 소형차를 개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즉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3∼4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것과 달리 6∼8개월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설계와 부품조달,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해 전기차에 적합한 차체 개발에 투자하지 못했다.

이러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개발비 독식에 대한 불만마저 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정부로부터 대당 1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지원받고도 개발에 참여했던 업체에는 개발비 배분에 인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를 제외해도 정부가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에 맞춰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충분한 자금능력을 갖춘 특정 대기업에 투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모럴헤저드를 낳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