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는가

정부가 통신비 인하안을 포함하는 `서민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추석명절을 앞둔 다음 달 내놓는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숱하게 요금 인하를 요구해왔다. 선거철, 연말, 명절 때마다 정치인과 정부부처의 단골 메뉴였다.

방통위가 집계한 5월 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4946만명에 이른다.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193만8000원으로 이 가운데 통신비 지출은 14만2542원으로 집계됐다.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7.35%에 이른다.

하지만 통신요금은 업계 자율로 조정하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시로 통신비 인하 압력을 행사한다. 올해에만도 이미 정부는 통신요금 인하 압력을 행사했고, 이를 통해 기업마다 초당요금제 도입, 무선인터넷정액제 요금제도, 가족 할인 제도 등 다양한 요금인하상품을 내놨다. 또 이동전화요금뿐만 아니라 일반전화, 인터넷, 케이블 TV 및 IPTV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다시 꺼내들었다. 정부가 직접 요금인하에 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다. 통신요금을 자율로 한다는 정부가 만든 법을 정부가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하 등은 국민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또 파급효가가 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은 다름아닌 포퓰리즘이다. 통신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이 이뤄지면 서비스 품질은 높아지고, 요금이 낮아지는 산업적 특징을 갖는다. 정부가 아이스크림 값 등 생필품 가격을 업계 자율로 맡겼듯이, 통신서비스 요금도 업계 자율에 맡겨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 서비스 품질 개선이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법을 무시하는 정부의 발상을 그만둘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