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트위터를?…폴로어 `와글와글`

"곳곳에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이다. 날씨야 하늘이 주관하는 것이니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바이나 인력으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급히 신하들을 불러 명을 내렸다(세종13/5/2(세종 13년 5월2일자 실록에 나와있는 글이라는 뜻))."

140자도 안되는 세종실록 한 줄에 트위터가 들썩였다. 지난 주말 전국에 기습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하자 우리 역사속 최고 성군인 `세종대왕`이 직접 나서 국민들을 걱정한 것.

물론 이 세종대왕은 가상의 인물이다. 한 명의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가 세종대왕의 역할을 자처하며 현안에 따라 그에 맞는 내용들을 세종실록에서 발췌해 올리는 것이다. 수백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작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딱딱 맞아 떨어지는 촌철살인식 글이 많아 읽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물론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하되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약간의 창작을 거친 것들이다.

지난 8일 개설된 뒤 11일부터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SejongDaeWang` 계정은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 벌써 폴로어가 1600명에 육박한다. 트위터상 이름은 세종의 본명인 이 도를 쓰고 위치는 조선국, 한양으로 표기돼 있다.

최근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논란과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세종대왕`은 또 한말씀 하셨다. "관직이란 내가 좋아하고,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데려다 앉히는 것이 아니다. 그 관직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 그 임무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택해 임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정적이고, 나에게 불경한 신하일지라도 말이다."

이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서울 모 대학에서 조선시대 정치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세종에게 즉위교서가 내려진 8월 11일을 트위터 시작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K씨는 매일경제 기자와 주고받은 트위터 쪽지에서 "백성들에게 항상 귀기울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던 성군 세종이 아닌 위대한 리더이자 정치가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대중이 바라는 바람직한 리더상이 세종대왕께 투영됐기 때문에 폴로어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다"며 "개인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거나 세종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트위터에는 세종대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속 위인인 다산 정약용이나 이순신 그리고 임꺽정과 연암 박지원 계정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약용 트위터를 개설한 사람은 다산의 `팬`이다. 경기도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꺽정, 박지원 계정 등은 개설자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도구로 주로 활용하고 있었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 국제행정학과 교수는 "사이버공간에서 세종대왕이나 정약용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팬덤`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과거 지도자에게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 만큼 현실세계에서 믿고 따를만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트위터와 같은 SNS가 타인과 소통하는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에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 박윤수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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