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홀로그램을 3D 기술의 최종 종착지라고 이야기한다. 홀로그램은 사람이면 사람, 사물이면 사물을 실물과 똑같은 영상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3DTV나 PC는 최첨단 제품으로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지만 3D 표현 능력에서는 사실 아쉬움이 있다. 홀로그램처럼 상하좌우에서 보이는 실물 그대로가 아니라 직선 시야에서 근거리와 원거리 차이로 보여주는 입체인 탓이다. 하지만 이런 부족함도 조만간 채워질 것 같다. 실제 눈으로 보는 사물 그대로를 360도 영상으로 구현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해서다.
화제의 제품은 일본 소니가 개발한 `레이모델러(RayModler)`.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공개된 이 프로토타입의 디스플레이는 360도 시야각을 가진 이색 제품이다.
360도 시야각의 뜻을 쉽게 설명하면, 손 위에 공을 올려 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는 것처럼 영상을 이 디스플레이에 띄우면 상하좌우, 즉 360도 어디에서든 모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원통형으로 생긴 이 디스플레이는 그래픽 영상을 실제처럼 부피(volumetric)가 있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전면에서, 디스플레이 후면에서, 혹은 왼쪽, 오른쪽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물을 볼 수 있다.
자세한 작동 원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수한 LED를 이용한다고 소니는 전했다. 또 시점을 1도씩 달리 해도 차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정밀한 3D 입체 화면을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보석이 내는 광채나 유리에 반사되는 이미지 역시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제스처 센서를 내장해 이색적이다. 실제 사물을 돌려 보듯 화면 내 영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손동작을 인식하는 센서 때문에 마치 허공에 물체를 띄워 놓고 돌려 보는 느낌을 구현한 것이다.
이런 디스플레이는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전시용이나 광고용이다. 소니는 이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면 디지털 옥외광고나 박물관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동작 인식뿐만 아니라 외부 컨트롤러로 상호연동(인터랙티브)이 가능하고 입력 포트를 통해 바깥 장치의 영상 소스를 받아들일 수 있어 비디오 게임이나 미래 통신기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꼭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기와 접목을 시도하면 앞으로의 적용 대상은 무궁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빠른 기술 진화로 현재의 3D 화면이 잊혀질 날도 금세 올지 모르겠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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