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중소기업 R&D 역량 강화해야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자발적 대중소기업 상호협력체제의 구축으로 마무리 되어가는 분위기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향이다. 자발적 대중소기업 상호협력의 생태계가 정착되려면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도움을 청하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진정한 사업의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협력체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자기 전문분야에서 세계적인 신제품이나 제조공정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개발(R&D)능력을 우선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이 자기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납품단가 결정은 대기업 중심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게 된다. 대기업 또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표준 기술을 처리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도와주어야 하고 국가는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화 된 중소기업이 대다수 출현해야 국민소득 4만불시대의 진입도 가능해진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한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해본다.

첫째는 중소기업에 우수한 자원의 기술 인력이 자발적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고급인력과 우수 이공계 졸업생 확보 문제를 보면 매우 심각하다. 필자가 속해있는 대학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대기업에 비하여 월급이 적으면서 일은 더 많이 하고 장래가 불안정하며 결혼할 때도 불리하고 낮은 사회적 대우를 받는 등, 불리한 조건을 이유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졸업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국민소득 4만불 이상의 선진국을 보면 다기능기술자나 엔지니어의 봉급수준이 중소기업이니 대기업보다 적어야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경험과 실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문기술자의 봉급과 대우가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우수한 자원의 기술 인력이 자발적으로 유입되고 개개인 스스로 자기의 스펙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전문가로 대우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사회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둘째는 국가의 R&D 지원예산 중 중소기업으로 유입되는 비율을 대폭 늘리고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의 자체 R&D 투자는 미래가 불확실한 국제경쟁체제에서 스스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하여 더욱 증대되고 강화되는 추세이다. 대기업은 자기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현재 및 미래의 기술요구수준은 중소기업에 제시할 수 있어도 중소기업 스스로 생존하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원천기술 제공은 능력도 안 되고 어렵다. 한국산학연협회 2009년 산학연정책 발전포럼 주제발표에 의하면 국가 전 부서에서 중소기업으로 나가고 있는 국가 R&D 예산은 1조원 내외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8%대 수준이다. 산학연 공동컨소시업 R&D 사업의 경우도 2010년 736억원 수준으로 국가 R&D 예산의 1%도 안된다. 따라서 산학연공동컨소시엄 사업 등 관련 예산에 대한 대폭적인 증가와 함께 대학과 연구소의 우수 교수 및 연구원들이 중소기업의 소규모 과제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우수인재가 모여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산학연 협력 R&D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서 세계 여러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진정한 국제수준의 전문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kskim@ku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