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 기업 신규 시장 진출, e북 표준화가 장애물?

이러닝 기업들이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e북 표준화 지연이 교육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장애물로 등장했다. 사실상의 e북 국제표준인 `e퍼브(ePub)` 포맷으로 제작한 멀티미디어 교재가 애플 아이북스에 등록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다양한 기기에 무리 없이 적용가능한 표준화 작업을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영어 교육 전문기업인 능률교육(대표 김준희)은 자사의 영어교육 교재를 아이패드에 적합한 멀티미디어 전자책 형태로 제작, 애플의 온라인 서점인 `아이북스`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오류가 발생, 등록이 몇 주간 지연됐다고 밝혔다. e퍼브 파일을 편집하는 툴이 다양한데 능률교육이 사용한 편집툴이 아이북스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에 아이북스에 등록된 e퍼브 파일과의 비교 작업부터 프로그램 소스를 추가 또는 제어하는 과정 등을 거쳐 편집을 다시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이 회사 김준영 모바일TF 과장은 “쉽게 말해 e퍼브 파일의 적합성을 따지는 애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라며 “교육 콘텐츠의 성격이 단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양방향 기능 등을 추가하다보니 발생한 문제 같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시장을 노리는 국내 교육기업들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북스에 콘텐츠를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단순 흑백 텍스트가 아닌 다양한 요소가 가미된 최신 교육 콘텐츠의 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e퍼브 파일 제작 및 등록 과정에서 업체들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부딪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북스 등록 뿐 아니라 향후 쏟아질 신규 기기에서 e퍼브로 제작된 멀티미디어 파일이 제대로 구현될 지도 미지수다.

e북표준화포럼에 참여중인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다양한 업체들이 e퍼브 파일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도 각기 세부 사항이 조금씩 달라 어떤 기기에서는 구동이 되지만 어떤 기기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표준화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갈수록 늘어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e잉크 기반 전자책 단말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콘텐츠를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용 콘텐츠의 경우 음악이나 동영상도 들어가는데, 이걸 어떤 명령어로 구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개발자마다 천차만별이라서 결국 업체별로 개발 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시행착오도 계속 거칠 수밖에 없어 낭비”라고 덧붙였다.

한편 e퍼브(ePub · electronic publication)는 전자책 국제표준을 정하는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 International Digital Publishing Forum)에서 제정한 포맷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e퍼브 문서들은 최소한의 틀만 충족할 뿐 세부 기준은 저마다 달라 어떤 기기에서는 잘 보이다가 다른 기기에서는 문단, 문장이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학계와 업계,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e북표준화포럼이 출범했다.

김유경 · 박창규 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