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금품수수 직원 "증거" 이메일 공개

애플 본사 직원이 아시아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과 관련, 기소된 폴 드바인(37)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애플은 그의 회사 랩톱에 저장돼 있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등 이 사건을 둘러싸고 실리콘밸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 이메일에는 드바인이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부품공급 업체들과 주고받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드바인이 받은 금품의 규모도 당초 알려졌던 1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25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품을 준 것으로 알려진 부품업체들은 자체 조사에 착수하거나 제공한 금품이 뇌물이 아니라고 발표하는 등 해명에 애를 쓰고 있다.

◇애플, 드바인 이메일 공개=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은 17일(현지시간) 애플이 드바인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드바인이 회사에서 사용하던 랩톱에 들어 있던 것으로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6개 업체와 주고받은 내용이 들어 있다.

이와 관련, 애플이 드바인을 주목한 것으로 지난 4월부터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목하게 된 정확한 계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입찰 등에서 불리하다고 느낀 경쟁 부품업체나 불법 사실을 눈치 챈 내부 동료의 제보, 또는 스스로 과도한 소비 등으로 회사의 주목을 받으면서 조사가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메일 내용 중에는 2006년부터 싱가포르 기업 진리 몰드 매뉴팩처링과 주고받은 것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지급된 금품과 전달된 회사 기밀 정보 등이 담겨 있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드바인은 진리 몰드에 경쟁사들의 정보를 수차례 제공, 애플과의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대가로 1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리 몰드 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드바인은 한국의 크레신으로부터 2007년 2월부터 매달 6천달러를 "컨설팅서비스"의 대가로 받았으며 대신 공개되지 않은 아이팟과 아이폰에 대한 판매전망과 생산 로드맵, 판매보고서 등을 보내줬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 2008년 9월16일 드바인이 크레신에 보낸 이메일에서는 "당신의 메일을 나의 애플 계정으로 받았다. 애플 IT팀이 무작위로 의심스러운 메일을 조사할 계획인 만큼 이 이메일의 사용을 피해달라"고 말했다.

드바인은 또 여러 차례에 걸쳐 애플 내부 이메일 내용의 이미지를 핫메일을 통해 크레신에 보냈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드바인은 이와 함께 이메일을 통해 금품전달이 은행이나 금융감독기관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돈은 14개 계좌로 나눠졌으며 이 계좌들은 미국와 한국,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 여러명의 이름으로 돼 있었다고 애플은 밝혔다.

드바인이 2007년 10월5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메일에서는 "9월과 10월 지급할 돈을 한 번에 이체하지 말아달라. 1만달러가 넘으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적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때 신한은행을 통해 전달된 돈은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받은 금품 규모 눈덩이?..연루업체 해명 진땀=머큐리뉴스닷컴은 드바인이 받은 금품의 규모가 250만달러나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100만달러로 알려진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이다.

애플이 드바인의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진리 몰드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의 규모가 100만달러라고 한 점을 감안할 때 총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드바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케다전자의 모회사인 페가트론은 케다가 중계회사에 브로커 수수료를 지급했다고 인정했으나 기소된 애플 직원이 배후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이 회사는 이 사건과 연루된 매니저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내부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의 크레신도 정상적인 비즈니스 컨설팅 계약으로 불법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드바인은 16일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며 18일 보석을 위한 증언청취가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