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하는데 클라우드 컴퓨팅 매출이 없어요.”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업체를 표방하고 있는 중소기업 A사 전략 담당 임원의 푸념이다. 최근 기업 고객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직접 찾아가 영업 상담을 해보면 `스터디` 목적으로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업으로 이어지더라도 기껏해야 검증 차원의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에 그친다. 대기업처럼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근심만 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2의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며 정보기술(IT)업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성공 사례가 나타났지만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 시장에 맞는 클라우드 사업전략과 지원정책을 조기에 마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한국형(K)-클라우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A사처럼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규모의 논리에 밀려 이렇다 할 사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핵심 구현기술이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개발된 것이다 보니 국내 대기업조차 해외업체에 안방을 내주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
외국계 IT기업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새로운 물건을 팔기 위한 `클라우드 마케팅`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 부담스럽다.
이들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하는 데만 주력했을 뿐 한국 시장 현실에 맞는 성공 전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IT업계의 클라우드 전략은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보다는 일단 클라우드라는 가게를 열어놓고 고객에게 알아서 필요한 것을 고르라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올랐으니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일 뿐 정작 고객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권의 IT기획팀 관계자는 “많은 IT업체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홍보하지만 무엇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띤 국내 은행만의 특수한 상황을 해결해주는 `상품`을 찾긴 힘들다”고 전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학습하며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우리만의 고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단순히 해외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한국 IT환경에 적합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발굴해야 한다.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니 국내 고객들도 반길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외국계 기업 역시 최근의 클라우드 열풍을 한국 고객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해외 본사의 서비스를 국내 고객에게 판매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해외에서 전해받은 서비스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한국 고객에게 전하는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범부처 차원의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정책을 구체화하는데 힘을 실어야 한다. 지난해 말 뒤늦게 범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하긴 했지만 아직은 정보 교류 수준일 뿐 실질적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보안, 안정성, 법 · 제도 정비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 클라우드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 안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광대한 세상 속에 `K-클라우드`라는 새로운 깃발을 꽂을 수 있는지는 산업계와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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