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센` 조직

20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 나선다.

`왕차관` 논란을 거치긴 했지만, 무사히 차관 진용을 갖췄고 수장의 임석만 남았다.

이번 인사 과정에서 지경부는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조직 특성을 드러냈다. 어느 부처나 큰 차이는 없는 일이지만, 지경부는 특히 더 정치적으로든 행정력으로든 영향력이 큰, 속된말로 `센` 장차관을 좋아한다.

영향력이나 이름만으로도, 심지어 말발로라도 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DNA를 가진 듯하다.

여러 연유가 있겠지만, 규제나 감시보다는 산업 진흥 · 육성 기관으로 오랫동안 일해 온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진흥과 육성을 좌우명으로 삼다 보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실탄`이다. 다름 아닌 예산이다. 다른 부처나 특히 재정부 쪽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맘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있는 장차관은 필수적이다.

지금은 드러내놓고 말을 하기는 꺼리지만, 지난 정부 때 정세균 장관 시절을 좋게 기억하고, 이번 개각 직전까지도 최경환 장관의 연임을 내심 바랐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재훈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만 거치면 지식경제부 간판 출범 뒤 친정 출신으로는 맨 처음 장관에 오른다. 업무나 조직 장악력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센` 장관이다.

새로온 박영준 2차관은 에너지 · 자원분야 국무 조정력에서나, 추진력에서 현 정부 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파워를 갖췄다. 장관과 2차관 교체기 속에서 조직을 추스르고, 업무를 챙기고 있는 안현호 1차관 또한 내부에서 길러진 최고의 실력자다. 가히 최강의 라인업이다.

결정만 하면 모든 일이 줄줄 따라올 정도의 힘이다.

그러나, 만고의 진리이듯 영향력과 네트워크는 반드시 견제와 반발의 응집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지경부는 지금, 균형대에 양발을 얹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일의 성과가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잘잘못은 일의 결과로 평가된다. 지금의 황금 같은 라인업이 돌덩이보다도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지경부는 엄청난 화를 고스란히 되받아야 한다.

현안으로 떠오른 대 · 중소기업 상생 전략이나 원전 추가 수출 등 하반기에 준비해 놓은 여러 정책 과제들을 성과있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박영준 2차관은 취임사에서 “지경부의 제2 르네상스를 여는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사실 지경부는 현 정부 출범이후 최대 수혜 부처로서 거대한 조직과 막강한 파워를 누려왔다. 다른 부처는 질투 섞인 눈으로 이를 지켜봐야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집권 초기 거대 부처 출범에 이은 두 번째 르네상스가 열리느냐 마느냐는 고스란히 이번 장차관의 역할과 업무 결과에 걸려 있다.

가장 힘 있는 장차관으로 꾸려진 조직에서 진짜 일을 하고, 그 일이 산업과 경제, 국민 모두에게 실익을 가져다 줘야한다. 대통령까지 “일 잘하는 사람이 진짜 실세”라고 힘을 실어줬다.

국민은 단절형인 `센` 조직보다는 일 하면서 `세지는` 진행형 조직을 더 바란다.

그린데일리팀장 ·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