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트위터로 체제 선전을 시작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를 막을 뚜렷한 대안이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무조건 차단이라는 냉전시대 접근 방식보다 국경 없는 인터넷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이 만든 트위터 계정 `uriminzok(우리민족)`에는 19일 오후 3시 현재 8700명 가량의 팔로어가 등록됐다. 18일 팔로어 수가 5200명 수준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무려 3500명이 늘어난 셈이다.
북한 측은 특히 18일 하루에만 7건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 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일정 소개뿐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강력 대응을 시사 하는 등 체제 선전의 고삐를 당겼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 찬양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짙은 우리민족 트위터를 19일 오후 막았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는 얻지 못할 전망이다. 트위터 서비스가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계정을 차단할 법적 권한이 우리 정부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우리민족 트위터 주소를 입력해도 연결되지 않도록 하더라도 트위터 사이트에 먼저 접속한 후 계정 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무용지물이다. 아울러 이미 팔로어로 등록된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글은 차단할 수조차 없다.
댓글 작성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침도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트위터 회원의 인적 사항은 파악할 수 없다. 트위터 가입 시에 개인정보를 등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원 자료 역시 해외에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민족 트위터를 차단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며 “법적 권한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 차단이라는 전근대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방안을 찾기보다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의 논리를 반박하고 우리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모 인터넷 업체 대표는 “북한의 억지춘향 격인 체제 선전에 호응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갚라며 “지나친 우려보다 자신감 있고 의연한 대응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트위터로 북한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남한의 자유와 번영을 대표하는 통일정책을 `터무니없다(ridiculous)`고 하는데, 근거가 뭔갚라는 글을 올렸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어 “북한 당국이 트위터에 가입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트위터 가입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