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중소기업간의 상생은 꼭 필요하다

상생낙생(相生樂生)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아끼고 도우면 나중에 좋은 날이 온다는 뜻으로, 요즘 세간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정부의 친서민정책,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정책기조를 `친서민정책`과 `대 · 중소기업 간 상생`으로 삼고, 8.15 광복절 경축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이를 강조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8월 11일 개최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 · 중소 건설업체 상생기반 마련을 발표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계층, 기업 간 상생정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KT, SKT, LG유플러스 등 IT대기업 역시 협력사와의 상생방안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소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비관적이다. 배경에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참여다. 중소기업이 경쟁하던 시장에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도태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보통신공사분야에서도 중소기업에 도급을 주던 대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입찰에 참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프트웨어분야도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은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지만 대기업은 통합 발주와 예외 조항을 이용해 시장에 참여한다.

둘째, 납품 단가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대기업의 눈부신 성과에는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비애가 숨어 있다. 인건비와 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도 대기업들은 지난해 또는 연초에 마련된 목표원가로 거래 가격을 정한다. 일부 업종은 입찰을 거쳐 정상 거래 가격의 80% 미만을 거래 가격으로 정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계열사와 중소기업의 차별적 대우다. 계열사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계약을 몰아주고, 비 계열사에는 계약 이행 환경이 나쁘거나 이윤이 낮은 계약을 준다. 또는 계열사를 통해 중소기업과 도급 계약을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이윤이 계열사에 돌아간다.

넷째, 제품 판매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기업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해당 업체의 구매력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실적을 위해 강매한다. IT분야도 초고속인터넷서비스부터 IPTV, 스마트폰까지 이런 관행은 다양하게 발생한다.

다섯째, 주문 시기다. 대부분 대기업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에 납품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요구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면서 2차, 3차 협력사의 문제가 대두된다.

반면 애플의 거래시스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은 6개월 전에 구매 예정 수량을 1, 2, 3차 납품업체에 동시에 전달해 모든 업체가 혜택을 받도록 한다. 애플 이외에도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 중소기업과의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으로 경쟁력을 높인다.

최근 어느 장관이 대 · 중소기업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표현했다. 특히 IT분야는 우리 사회의 소통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 · 중소기업 간 상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IT대기업이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중소기업에 `상생의 손`을 내민다면 IT분야도 제2, 제3의 애플과 노키아를 만들 수 있는 기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대 · 중소기업의 상생 노력으로 계층간 화합과 소통까지 이끌어 사회 전반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일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it-leader@ki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