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디지털에이징] <2부> 비즈 모델 - 원격진료 서비스

[연중기획-디지털에이징] <2부> 비즈 모델 - 원격진료 서비스

<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1) 원격 진료서비스 - 원격 진료로 50만 심장병 환자에 빛을



경상남도 창원에 사는 주부 김모씨(54)는 건국대학교병원에서 1년 전 심장판막질환으로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병이 갑자기 재발할까 늘 두려웠다. 김씨는 건국대 병원이 시범 실시 중인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 진료 서비스를 지난해 12월부터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심박 수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는 건국대 관제센터에 그대로 전달됐다. 이후 관제센터에선 의료진에게 수치를 전달하고 처방을 내렸다. 이후 김씨는 안정을 찾았다. 김씨는 “거리가 멀어 매일 큰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는데 집에서도 심전도 검사를 직접 하고 실시간으로 전문의 진단까지 받을 수 있어 큰 걱정은 덜었다”고 했다.



건국대학교병원이 지난해 4월부터 휴대폰을 이용한 실시간 원격 환자 응대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간 원격진료와 관련 시범사업이 있었지만 유료 서비스론 국내 최초다.

환자는 세 갈레의 줄(리드선)이 달린 특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다가 심장에서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다. 리드선(패치형 전극)을 양쪽 팔 가운데 부위와 배 아래에 붙이기만 하면 본인의 심전도가 휴대폰의 모니터에 뜬다. 동시에 이 기록은 휴대폰을 통해 무선으로 건국대병원내 관제센터 서버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관제센터에선 간호사들이 심전도 정보를 24시간 지켜보고 있다가 위급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에게 연락한다. 전문의는 환자에게 위급 · 처방 · 안전 등의 지시를 내린다.

송명근 심혈관외과클리닉 교수는 “심장병 환자의 95%는 평생 진료를 필요로 한다”며 “수술 등 치료를 받아도 동맥경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상용화된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는 심장병 환자의 가슴통증 · 부정맥 · 고열 · 졸도 · 어지럼증 · 호흡곤란 등 응급상황과 재발 · 합병증의 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어 “심장병 환자의 막연한 불안 심리에 따른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걸러준다”며 “재택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입원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서비스는 2008년 11월부터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4월 서비스가 본격 개시되면서 유료화로 전환됐다. 월 이용료는 7만원 수준이다. 현재로선 150명의 환자가 이용하는 정도지만 향후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당뇨병 · 임신 출산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야말로 원격 진료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원격진료,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원격진료를 상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간 보건복지부 · 행정안전부 등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전개하면서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5년부터 보건의료정보화전략 계획 수립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일례로 지난 2005년과 2006년엔 보건복지가족부와 행정자치부가 각각 22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진료와 벤처중소기업의 u헬스 기반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또 지난 2007년엔 한화S&C · 순천향병원 · 인성정보 · 비트컴퓨터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 · 농어촌 복합형 u헬스케어 시범서비스를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추진했다. 지난 5월엔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삼성과 LG컨소시엄이 각각 스마트케어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건국대학교병원도 최근까지 시범사업 형태로만 진행하다 올해 병원장을 단장으로 한 u헬스케어사업단을 출범시키며 원격진료를 사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진료를 심장병뿐 아니라 당뇨병 · 임산부 등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 일환이다. 병원으로선 대형병원으로 몰려오는 환자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시키고 병실의 순환에도 이점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불필편한 방문을 줄여 생업 유지와 교통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이들 시범 사업은 실제 상업화와 연계한 서비스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건국대학교병원 외에도 u헬스를 상업화하려는 의료기관의 노력도 진행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05년부터 모바일 호스피텔 시스템을 도입을 상업화를 추진 중이며 고려대병원과 인천길병원도 2008년부터 원격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상업화는 여전히 걸림돌 많아=하지만 원격진료가 실제 상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구체적인 상업화 모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사업화 성공모델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블루크로스란 기업이 민간에서 비만관리 서비스를 상용화한 정도다. 이는 보험회사가 보험상품에 비만관리를 추가한데 따른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 극복도 난관이다. 원격진료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시범사업의 범위를 벗어나면 불법인데다 의료보험수가 등에 적용되지 않아 비용을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것도 상업화의 난제다. 또 노인들이 기기를 자주 잃어버리거나 지니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말기의 이용편의를 높이는 것도 숙제다. 이인식 건국대 u헬스케어사업단 실장은 “당장 오는 10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당뇨서비스를 상업화할 수 없다”며 “원격진료 허용은 국민건강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라는 큰 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박스/ 인터뷰/송명근 건국대학교병원 심장센터 흉부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선 전 국민의 10% 가량이 심장질환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50만명 이상이 평생동안 관리가 필요한 심장질환 환자입니다.”

심장질환 국내 최고 전문의 가운데 한 명인 송명근 건국대학교병원 심장센터 흉부학과 교수는 “고통받는 심장질환자가 전국 각지에서 자신을 찾는다”며 “평생 관리를 요하는 환자에게 허스(HUS)는 주치의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HUS란 건국대학교 병원이 자체 설치한 원격진료 시스템이다. 보통 심장질환자는 시술을 받은 후 통상 일주일내에 퇴원을 하는데 대부분 가슴통증을 호소하거나 심낭에 물이 차고, 1년에 3∼4차례 심장박동이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부정맥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때로는 어지럼증이나 고열, 협심증을 동반하기도 해 정기적 검진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송 교수는 “때로는 이틀에 한번 부정맥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에 와도 묻고 질문하는 문진과 심전도 외에는 객관적으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며 “집에서 간단히 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HUS는 획기적인 진료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평생관리가 필요한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고심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당시에 국내에 관련된 의료시스템 회사가 없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스웨덴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한 회사를 만났지만 월 150만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 가격에 발을 돌려야 했다. 일반 환자가 부담하기는 너무 많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7년 모비컴이란 국내 의료기기 기업을 만나면서 원격진료의 해법을 찾게 된 것이다. 이후 모비컴은 송 교수의 제안을 받고 센서 · 통신 · 모바일 기술을 결합해 HUS를 성공적으로 론칭시켰다.

그는 당뇨병 관리에 효과적인 인슐린펌프도 원격진료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정기적으로 당뇨병 환자에 인슐린을 유지시켜주는 인슐린 펌프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거나 정상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의사가 원격으로 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직접 적정량을 투여해 환자의 평생 주치의가 되는 것이다. 또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외에도 원격진료를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임산부 · 재활환자 등 다양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임산부 역시 패치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전해주면 굳이 많은 시간을 들여 병원을 찾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며 “원격진료는 국민 건강과 생활을 한단계 진화시키는 국민 주치의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 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 박희범 차장





※ 사진설명



[사진1~사진3]건국대병원 13층에 위치한 `HUS 관제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환자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심전도 정보를 보고 환자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4] 건국대병원 HUS 관제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심장질환 환자들의 문의에 대해 전화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5~6] 한 직장인이 회사 사무실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이용해 심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심장 질환 환자가 심전도 검사 정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건국대병원 HUS 관제센터로 전송하면, 의료진들이 실시간 심전도 정보를 보고 모니터링과 상담을 실시하며, 필요한 경우 환자가 취해야 하는 조치를 알려준다.



[사진7]지난 18일 199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건국대 석학교수인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미 UCLA의대 교수)가 건국대병원 관제센터를 방문, 휴대폰을 통해 환자의 심전도를 실시간 전송하고 이를 이용해 심장환자를 원격 진료하는 u헬스케어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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