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을 테니 너는 뛰어!”라는 대사는 영화에서만 가능한가 보다. 나만 믿으라고 호언장담하던 동료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고 철석같이 믿었던 상사는 나를 내팽개치려 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태풍과 인원감축의 소용돌이가 몰려올 판인데 무엇 하나 붙잡을 것이 없다. 흐트러짐 없이 본연의 일에 충실하기도 심란하고 야간 강좌라도 신청해서 재취업을 준비하기도 막막하다. 이 비바람을 피해갈 피신처를 찾아야 한다. 어디가 가장 안전할까.
`안전이란 십중팔구 미신이다.
삶이란 위험을 무릅쓴 모험`이라고 헬렌 켈러는 말했다. 안전한 피난처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일은 차고 기울기를 되풀이한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고 보름달이 지고 나면 그믐달이 뜬다. 영원히 잘나갈 수는 없다. 원망이나 원한은 내려 놓자. 꽃이 졌다고 바람에게 한을 품지 않는 것처럼 지금 이 시점에 남의 탓을 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조직은 원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필요한 사람은 떠나 보내지 않는다. 어려운 때일수록 잡아두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온갖 종류의 구조조정에도 상관없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남다른 철저함이 있다. 일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관계에서 막다른 골목이 없도록 길을 만들어두자. 특별히 친한 사람도 없지만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는 열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시급한 때에 야간강좌를 기웃거리는 것은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하는 낙제생과 흡사하다. 우등생은 평소에 예습 복습한다. 어느 구름에 비 고였는지 모른다 여기고 매사에 배우고 깨닫고 준비한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떠날 채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언제든 떠날 각오로 일하자. 그래야 놓치고 싶지 않은 직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