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사는 직장인 장영숙 씨는 한 달 전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S로 휴대폰을 바꿨다. 갤럭시S 사용 초반에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로 내려받았지만 최근에는 한국형 앱스토어인 SK텔레콤 T스토어나 삼성앱스를 활용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장씨는 "앱 숫자로 치면 안드로이드마켓이 많지만 T스토어에는 아기자기하게 쓸 만한 앱이 더 많다"며 "최근 T스토어 개편으로 초기 로딩 시간이 단축되는 등 실행 속도도 한층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갤럭시S를 시작으로 안드로이드폰에 최적화한 T스토어를 선보였다. 안드로이드폰 초기화면에 설치돼 있는 T스토어를 클릭하면 종전까진 메인 화면이 뜨는 데 10초가량 소요됐지만 개선된 T스토어는 2~3초면 된다. 화면 스크롤이나 앱 다운로드도 부드럽고 빨라졌다.
SK텔레콤은 또 한국 소비자 특성과 선호도를 감안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앱 100개를 제작 중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한국 소비자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앱스토어(`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줄임말)는 스마트폰 앱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모바일 장터로 SK텔레콤은 T스토어, KT는 쇼앱스토어라는 자사 앱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LG유플러스도 최근 오즈(OZ)스토어를 정식 오픈했다. KT는 다음달 중 쇼앱스토어를 올레스토어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이 밖에 휴대폰 제조업체가 이끄는 삼성앱스와 LG앱스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형 앱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과 비교하면 `골리앗과 다윗`에 비유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개수는 22만5000개로 T스토어 4만5000개보다 월등히 많다. 아직까진 애플 앱스토어 등 외국 사업자 중심으로 앱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저히 게임이 안 될 것 같은 국내외 앱스토어 구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T스토어 이용자 수가 최근 몇 달간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것.
지난해 9월 가입자 수가 1만7000명에 불과했던 T스토어는 작년 말 35만명 정도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5월 118만명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220만명을 넘어설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한국형 앱스토어 존재감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오즈(OZ)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자사 앱스토어를 오픈했다. 개설 초기에 2500개 앱이 등록되며 오즈스토어를 철저하게 고객과 개발자 위주로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는 앱 판매 수익 100%를 개발자에게 전부 돌려주고 개발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전부 없애 후발주자로서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했다.
KT는 다음달 중 기존 쇼앱스토어 명칭을 올레스토어로 바꾸면서 대대적인 앱스토어 개편 작업을 단행할 방침이다. 현재는 등록된 앱이 2000개에 불과하지만 앱과 콘텐츠를 대폭 보강할 예정이다. KT는 올해 하반기에 스마트폰 12종이 출시되면서 자사 앱스토어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앱스토어를 키우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사 앱스토어를 가꾸면서 앱 개발자와 소비자를 한데 묶는 모바일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앱스토어를 통해 통신사업자는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노릴 수 있다"며 "휴대폰 이용자의 무선 데이터 수요를 키울 수 있어 데이터 사용량 증대에 따른 매출 증가가 가능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 취향을 감안한 맞춤형 앱과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가입자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게 이통사들 판단이다.
또한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사 앱스토어를 서비스 플랫폼화해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포부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애플 앱스토어도 2008년 7월 출범할 당시에는 몇 백 개 앱 마켓으로 출발했다"며 "한국형 앱스토어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자사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앱 숫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앱스토어 단점인 앱 숫자상 열세와 글로벌 영향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이통사 개별적인 노력을 한데 모아 한국형 통합 앱스토어를 만드는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동통신 3사 간에 단일 앱 플랫폼 기반으로 통합 앱스토어를 구축하려는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통합 앱스토어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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