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 <7> 스마트TV 망중립성, 메가톤급 이슈로

최근 구글과 버라이즌이 망 중립성 적용범위에서 무선 인터넷은 제외하는 내용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달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통신업계와 인터넷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망 중립성 적용범위에서 무선을 제외한다는 것은 모바일 망에서의 유지 비용 및 트래픽 유발 사업자를 차별 과금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망 중립성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모바일에서의 트래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바람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의 이름은 `스마트TV`. 스마트TV에서는 대형 스크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고선명 콘텐츠 앱이 필요한 만큼 트래픽 부담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스마트TV 개념이 겨우 등장한 초기 시장임에도 최근 재점화된 망 중립성 논의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한 이유다.

◇스마트TV는 무엇?=스마트TV는 스마트폰의 개념을 TV에 적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존 TV는 방송통신 사업자나 TV제조사가 주도권을 쥐고 소비자는 이용만 하는 수동적인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스마트폰처럼 콘텐츠와 소비자 중심으로 구도를 바꿔놓게 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스마트TV는 디지털TV에 운용체계(OS)와 인터넷 연결 기능을 넣어 방송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인터넷서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TV다. 여기에 양방향 서비스와 TV 애플리케이션을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한 유저인터페이스(UI)도 갖춰야 한다.

이미 삼성 · LG 등 제조사가 인터넷TV나 커넥티드 TV 등의 이름을 붙여 인터넷 기능이 있는 TV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 TV는 제조사가 선정한 일부 콘텐츠에 국한되고 인터넷서핑도 풀 브라우징이 아닌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TV는 이를 보다 업그레이드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IPTV나 디지털케이블TV 등도 인터넷이 가능하고 VoD 등 양방향서비스가 된다는 점에서는 스마트 TV와 같으나 이들 역시 사업자나 제조사가 제공하는 소수 애플리케이션만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스마트TV와 다르다. 스마트 TV는 소비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들이 개발한 다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방식이다. TV가 스마트화함에 따라 이용자들은 TV를 자신만의 TV로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과거 PDA와 스마트폰을 비교한 것을 그대로 인터넷TV(또는 IPTV, 디지털케이블)와 스마트TV에 적용할 수 있다.

최선규 명지대학교 교수는 “PDA폰은 현재의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전화 외에 인터넷, 이메일 등이 가능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이 오픈돼 있지 않고 제조사가 부여한 소수의 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할 수 있는 클로즈드 가든 형태였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라고 불리지 않았다”며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누구나 개발자가 돼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는 오픈 가든 형태며 그 결과 이용자가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TV 시장 동향은=스마트TV 혁명이 목전으로 다가온 계기는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TV 시장 진출 발표다.

구글은 자사 OS를 기반으로 TV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구글의 TV시장 진출은 자사 플랫폼 기반을 웹에서 모바일과 TV로 확장해 광고 채널을 확대해 광고 수익을 높이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구글 TV 발표 당시 제휴 현황만으로도 명확하게 이러한 그림이 그려진다. 구글은 구글TV 출시를 발표하면서 소니(TV 단말기 제조), 인텔(CPU), 로지텍(입출력장치), 베스트바이(온라인 전자제품쇼핑몰), 어도비(동영상소프트웨어), 디시네트워크(위성방송) 등과 제휴했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 및 광고 분야에는 제휴기업이 없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구글 자신이 직접 플랫폼 및 광고를 담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구글은 미국 1위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을 인수해 모바일 광고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구글은 향후 이를 TV 광고와도 연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아직 자사의 스마트TV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지는 아이TV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TV가 등장하면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날 곳은 광고 시장이다. 기존 광고 시장은 방송사업자가 주도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자도 광고 시장을 나눠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TV를 통해 개인 시청 패턴이 데이터로 그대로 축적되기 때문에 다양한 맞춤형 광고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TV 검색이나 TV 포털 시장도 부상할 전망이다.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더욱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TV의 UI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망 중립, 어떤 변화가 올까=스마트TV 시장이 1~2년 안에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없다. 우선 스마트TV 확산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TV수상기 교체 수요가 높아야 하지만 TV 교체주기는 5~7년으로 길다. 이미 HD방송을 위해 수상기를 교체한 사용자들이 단기간 내 TV를 다시 한 번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시청자가 소파에 기댄 채 리모컨 조작으로 TV를 보아온 자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스마트TV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파에 기댄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마치 PC를 이용하듯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스마트TV 시장 활성화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TV의 개념을 확립하는 시점부터 콘텐츠 사용과 관련된 망 이용대가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글과 버라이즌의 무선망에서 망 중립을 배제하기로 한 논의는 시기가 다소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서비스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원칙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연방위원회(FCC)는 그간 망 중립성을 유무선망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구글-버라이즌의 논의가 현실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 교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마트TV 시장에서는 도입 초기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스크린이 큰 TV의 경우 콘텐츠를 주고받고 감상할 수 있는 QoS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QoS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트래픽에 차별적으로 과금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에서 전제가 되는 안정적인 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가 망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정액제로 굳혀온 기존 인터넷망을 연결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금을 통해 통신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스마트 TV용 앱에 대해 일정 이상의 대용량 콘텐츠는 통신사와 수익을 나누도록 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점쳐지고 있다.

한 방송업체 CEO는 “대용량 콘텐츠가 오갈 스마트TV에 대해서는 서둘러 망 중립 여부의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며 “서비스가 도입되기 시작할 단계에서 논의한다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