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에서 지금의 시장을 3.0으로 명명했다.
1.0 시장은 이성을 키워드로 품질 등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던 시장이다. 이때는 보다 기능이 많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통했다. 2.0 시장은 감성을 키워드로 서비스와 고객만족으로 승부하던 시장이다. 지금 수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마케팅 방식이다. 이에 비해 3.0 시장은 영혼을 키워드로 진정성과 감동의 시장이라고 필립 코틀러는 말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일부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업종이 성숙 시장에 진입했다. 특별한 차별점 없이 그저 그런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는 운동장인 셈이다. 경쟁사와 색다른 포인트를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기업은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넷과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정보 채널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인터넷이 가져온 삶의 변화는 이른바 웹 2.0(참여, 공유, 개방)의 사회를 만들었다. 인터넷만 검색하면 내가 원하는 거의 모든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
TGIF는 `내 손안의 정보`라는 현상에 날개를 달아준 고마운 아이템이다. 인터넷과 TGIF를 통해 오가는 수많은 정보 속에 그 어느 누구도 이젠 숨을 수도 숨길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을 통한 공유와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를 이길 수 있는 나는 없다`란 말처럼 이른바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 어느 슈퍼컴퓨터보다도 정확한 경험의 데이터베이스를 신뢰의 기반 속에서 공유하며 세상을 바꾼다.
성숙한 시장과 인터넷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마켓 3.0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다시 창조하고 있다. 모든 게 밝혀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고객에게 궁극적인 차별점을 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켓 3.0의 핵심 키워드는 협력, 문화, 영성이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인 기본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서비스도 좋아야 한다. 여기에 이제는 영적 측면까지 감동할 수 있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안겨주어야 한다. 일명 의미의 공급(supplying meaning)이다.
이제 시대는 더 이상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와 그 활동이 서로 분리되는 행태를 보고 넘기지 않는다. 기업의 철학과 행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간파하는 시대가 요즘이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기업의 활동은 그 자체가 곧 마케팅이 된다.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가 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결정하고 있다.
애플의 성공도 아이팟, 아이폰의 성능이나 그들이 구축한 비즈니스 생태계 외에도 회사의 철학이나 브랜드 컨셉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러이러한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으니 사라”가 아니다.
“우리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다르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멋지게 디자인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제품을 만든다”고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애플의 비즈니스 철학이자 브랜드 컨셉트다. 애플은 자신의 존재이유(Why)를 분명히 한 뒤 이를 실현하는 제품(What)을 만든 것이다.
얄팍한 말장난과 마케팅 술수 등 기교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던 세상은 저물고 있다. 설사 이런 기교로 한 소비자를 현혹했다 하더라도 인터넷과 TGIF 안에서 기업이 노리던 속내는 대번 드러난다. 지속적인 진정성으로 고객의 영혼을 울리고 그로 인해 감동받은 그들이 회사의 팬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로 마켓3.0의 시대다.
안병민 휴넷 이사 trotan@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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