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사랑의 메시지 창

`사랑하는 아빠에게. 동해에 놀러가서 너무 재밌었어요. 바다에서 아빠랑 물놀이하고 물도 먹었지만 신났어요. 민주는 물먹어서 울었지만 난 재밌어요. ㅋㅋ 다음에 또 가요. 꼭요~. 그리고 술 쪼끔만 드세요. 사랑해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총국(현 체신기념관)에 공개된 엽서의 글들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종로구는 지난해부터 이곳에 누구나 자유롭게 엽서를 쓰고 전시할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 창`이란 공간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지난 1884년 우리나라 우편사업의 출발지인 우정총국 시민광장에 설치한 시설에 엽서를 통해 옛 정감을 되살리고 순수한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우표를 붙이면 일정기간 전시한 뒤 배달도 해준다. 평소 손에서 떼지 않는 휴대폰을 과감히 버리고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이 아닌 직접 쓴 엽서로 희망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또 사랑의 메시지 창은 부처와 기관의 벽을 넘어 국민 서비스를 위해 명소를 함께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너비 4m 높이 2m 크기의 펜과 엽서를 디자인한 사랑의 메시지 창은 200장에 가까운 크고 작은 엽서를 부착할 수 있다. 가족 · 친구 ·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한 내용부터 안중근 · 베토벤 등 국내외 유명 편지글까지 다양한 글이 전시돼 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체코 프라하에 있는 소원을 비는 벽과 흡사하다.

사랑의 메시지 창은 특히 유치원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 할머니에게 전화가 아닌 글로 사랑을 전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게 유치원 선생님들의 설명이다.

체신기념관 관계자는 “손으로 직접 쓴 글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과는 달리 마음을 진솔하게 전할 수 있다”면서 “일주일에 한 두 차례는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꼭 찾아온다”고 말했다. 연인들에게는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제격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유독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 많다. 엽서는 직접 가져와도 되고 비치된 것을 사용해도 된다.

우정사업본부와 종로구는 앞으로 체신기념관과 주변시설을 보완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관광명소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