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 한국의 삼성전자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40년도 채 안 되는 한국 반도체 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인 IC인사이츠는 지난 25일 최근 5년간의 반도체 산업 예측에 근거해 한국의 삼성전자가 오는 2014년이면 매출액 기준으로 인텔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근거로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양사의 매출액 성장률을 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3.5%의 고속 성장세를 구가한 반면에 인텔은 3.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 1996년 184%에 달했던 양사 매출액 격차는 올해 기준 27%로 크게 좁혀질 전망이다. 이 같은 관측은 삼성전자 주력인 메모리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는 동시에, 인텔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CPU 외에 여타 시장에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활황을 발판 삼아 D램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인텔은 모바일로 변하는 최근 컴퓨팅 시장의 움직임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성장세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D램 · S램 · 플래시메모리의 3대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고, 근래에는 MCU · CMOS · AP 등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반면에 인텔은 지난 수십년간 PC 시장과 서버 시장에서 CPU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해왔으나 성장 정체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인텔이 휴대폰 시장과 임베디드컴퓨팅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면서 M&A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역량에서는 인텔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인텔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설비 투자보다 많은 금액을 R&D 투자에 투입했고, 올해만 해도 무려 66억달러에 달한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이 기간 연간 R&D 투자 규모가 연간 15~25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