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 뇌가 쉴틈이 없다?

미국 뉴욕 오후 1시 한 체육관. 광고회사에 다니는 다이엔 베이츠(40)씨가 3개의 스크린을 보며 런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다.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TV로 인기 리얼리티쇼 `프로젝트 런웨이`를 시청한다. 베이츠씨뿐 아니라 체육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깐의 틈도 없이 디지털 기기로 멀티태스킹(한 번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즐긴다.

현대인의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현대인들은 뇌를 초 단위로 사용하면서 `학대`하고 있다.

베이츠씨처럼 많은 사람들은 잠깐의 틈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동영상과 게임을 즐긴다. 업무에서 오락까지 모두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스톱`으로 끝낸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등은 이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인간의 뇌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특히 많은 현대인들이 게임이나 음악, 드라마 등으로 업무와 공부에 지친 뇌를 `쉬게`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 마저도 실제로는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과학자들은 뇌가 디지털 정보에만 익숙해지면 창조적인 탐구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정보를 받아들인 뒤 흡수하고 처리하는 시간 없이 디지털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일 경우 정보를 응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존 레이테이 하버드 메디컬 스쿨 교수는 “뇌의 활동성과 기억력을 위해서 일이 끝나면 모바일 기기와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며 “쉬는 시간은 뇌가 경험 그 이상의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장기기억을 더욱 강화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는 스마트폰으로 바뀐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5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제작 회사 `플러리`는 6.3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게임만 선보인다. FIFA 등 스포츠 게임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아츠(EA)같은 회사도 과거 만들지 않던 미니 게임 등을 개발 중이다.

세바스티앙 드 할루스 플레이 피시 공동 창업자는 “스마트폰용 게임의 경우 즐기는 시간은 평균 2.2분 정도”라며 “요즘에는 5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게임을 많이 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