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 청문회 자리도 아니고 유세장도 아닌 과학기술 거버넌스 토론회장에서였다.
최근 박영아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한나라당)이 주최한 `국가 R&D 및 출연연 발전방향` 토론회에서다. 박 의원은 세 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끝나고 마무리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자마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모든 논의의 발단은 과학기술부 해체입니다.”
교과위 위원으로서 과학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온 박 의원으로서는 과기부가 해체되고 출연연이 또 한 번 `수술을 당할` 처지에 놓인 현실이 속상하고 서러웠던 것이다.
박 의원은 청중의 박수 격려에 힘입어 말을 이어나갔다. “과기부 해체 이후 2년 넘게 과기인들이 너무 힘들었고 이제 국가 R&D 지배구조와 출연연 개편은 부처와 기관 이기주의를 넘어 국가 발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국가 R&D 거버넌스와 출연연을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지금, 출연연 내부에는 희망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민간위원회가 도출한 개편안에 대해 `이처럼 맘에 드는 개편안은 없었다`고 환영하는 한편 `이 안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숨기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2년 반 뒤 정권이 교체되고 난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연에 30년을 몸담았던 정광화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여자 팔자가 뒤웅박 팔자라는데 출연연도 마찬가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연연이 개편되는데 수술을 하려면 잘해야 하고 해서 잘 안 될 것이라면 아예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3년 뒤, 혹은 4년 뒤 출연연 연구원들을 비롯한 과학기술인들이 또다시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이제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