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이 3.04%를 돌파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채권회수가 불확실하거나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부실여신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 평균 가동률도 72.4%로 전월 대비 0.3%P 하락했다. 지표상으로는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는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다.
중소기업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은 지난 6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65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이후 하도급업체 등 관련 중소기업의 채권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경기 위축과 내수부진, 계절적 비수기에 의한 조업일수 감소 등이 겹치면서 중소기업 가동률까지 끌어 내렸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증가는 대 · 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등 중소기업에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관행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원자재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과 올해 4월을 비교했을 때 원자재 가격이 18.8%나 올랐지만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는 1.8% 인상에 그쳤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대기업 부실채권은 3조원대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8조원대로 대기업의 2.6배 수준에 달한다.
결국,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경기는 살아나고 있으나,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권 구조조정 회오리까지 불어닥치면 부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부실채권 증가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표면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가전, 건설 등 내수 부문을 살리고 정책자금 확대, 상생협력 방안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특단의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