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료 배분 방식 놓고 지역 방송업계 `갈등`

전파료 배분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 민영방송사에 대한 현행 전파료 배분 구조의 불합리성 때문으로,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미디어렙) 이후 일어날 대혼란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JB대전방송은 19개 지역MBC 권역을 기준으로 9개 지역 민영방송 전파료를 배분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방송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혼란이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민영미디어렙 도입 후 존폐위기까지 놓일 수 있는 종교방송과 같은 취약매체들의 지원 요구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8개월째 잠만 자고 있어 해결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여야의원들이 6개의 법안을 내놓은 이후 지난 4월에 13개 쟁점만 정리했을 뿐 취약매체 지원 대책은 논의 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TJB대전방송은 광고 전파료 배분 방식에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코바코에 요청했다. 전파료란, MBC와 SBS가 판매한 광고를 해당 프로그램과 함께 각 지역 방송사가 내보내 주는 대신 받는 대가다. 광고액의 20%가 각 지방의 전파료로 배정되며, 전파료는 각 지역방송사 광고 매출의 1.5~2배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수익 원천이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전파료는 코바코에서 일괄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각 방송사 간 협의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각 방송사 간 입장이 달라 갈등만 심화될 뿐 협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TJB대전방송은 현행 배분 체제가 광고 단가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인구수나 소비지출 수준이 아닌 지역MBC 권역을 기준으로 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MBC 기준으로 하다보니 TJB대전방송은 인구 350만의 대전과 충남 지역을 커버하면서도 인구 150만인 강원방송과 비슷한 전파료를 받고 있다. 반면 330만의 광주방송은 광주 · 목포 · 여수 MBC 세개 권역에 해당돼 TJB대전방송보다 30% 정도를 더 받는다는 것이다.

TJB대전방송은 “미국이나 일본 등 어느 지역도 이 같은 기준으로 전파료를 배분하거나 광고 단가를 산정하는 곳은 없다”며 “광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향후 미디어렙 도입 이후 당사자에게만 모든 조정을 맡겨둔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바코는 “TJB대전방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당장 한 방송사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상대적으로 이익이 줄어든 방송사가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민영 미디어렙 법이 마련되면 지역 방송사나 취약매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안도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