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07>슬럼프가 왔나 봅니다

투병 중인 부모님, 털어버리기 힘든 처자식, 대들 수 없는 거래처, 피할 수 없는 상사, 떠오르지 않는 기획안, 쑤셔오는 머리어깨무릎팔, 삭풍이 휘몰아치는 사막에 홀로 내몰린 느낌이다. 늘 그래왔건만 요즘 들어 진이 다 빠져버린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떠안은 것처럼 우울하고 억울하다. 말도 꼬이고 글도 막히고 몸도 아프다. 설상가상으로 일도 안되고 사고는 터지고 사이는 악화되었다. 이런 걸 `슬럼프`라고 하나?



내리막길이 있었던 만큼 오르막길도 있다. 지금 슬픈 것은 옛날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려온 만큼 잠깐 도로가에 앉아서 쉬기도 해야 한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삼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별 일 아니야, 나는 문제 없어, 뭐, 이정도 일을 갖고 그래?`라는 마음은 힘든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게 한다. 프로이드는 이를 연통이 중간에 막혀서 난로의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씹지 않고 삼키면 체하듯이 다스리지 못하고 밀쳐두면 더 크게 복수한다. 이런 상황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들볶으면 더 헤어나오지 못한다. 똑바로 보고 제대로 처리하자. 남과 한 약속은 잘 지키면서 스스로와 한 약속은 안 지킨다. 남에겐 안부인사와 위로와 칭찬도 잘하면서 스스로에겐 안부가 어떤지, 무엇이 힘든지, 얼마나 잘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슬럼프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온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내부를 보살피자. 그동안 외부에 신경을 쓰느라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내자. 명상, 일기, 운동, 여행 등 방법은 다양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랬다. 멀리 갈수록 운동화끈을 단단히 고쳐매랬다. 당면한 일이 많을수록 내면을 단단히 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