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결과가 있으면 원인도 있기 마련이다.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 첫장에 이와 유사한 문구가 나온다. `물유본말(物有本末)`로 시작하는 구절이다. `본(本)`은 나무 밑에 있는 무엇을 나타내는 글자로 뿌리를 의미한다. 같은 방식으로 `말(末)`은 나무의 윗부분에 있는 무엇인가를 표현한 글자다. 이는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튼튼하니 뿌리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나무를 거꾸로 심으면 안된다는 `본말전도(本末顚倒)`를 경계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국어사전에서는 `모든 사물에는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있다. 그 자체로도 많은 철학을 담고 있는 문구다. 이 말 다음에 이어지는 `사유종시(事有終始)`는 물건(物)과 일(事)를 구분해 붙인 댓구다.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말은 이들 문구 뒤에 이어진다. `지소선후(知所先後) 즉근도의(則近道矣)`로 `그 선후를 아는 것이 바로 도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의미의 문구다. 즉, `만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고 일에는 마침과 시작함이 있으니 먼저 할 일과 나중 할 일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공무원은 참 고충이 많은 직업이다. 일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욕을 먹기 일쑤다. 자칫 밀려드는 민원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해 들어줬다가 온작 추문에 휩싸이거나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원칙만 고수하는 고집불통의 `똥무원`만 늘고 있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니 `복지안동(伏地眼動)`이나 하는 말도 이같은 공무원을 폄하하는 말이다. 문제는 일하지 않는 조직으로 몰고가는 공직 사회의 시스템 문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요즘 공무원들을 많이 못마땅해 하고 있는 눈치다. 여기 저기서 민원은 밀려드는데,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는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다. 최근에도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며 불호령을 내린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결국 모든 책임은 담당 공무원의 몫인데 어쩌란 말이냐”는 반응이다. 결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지 않는다.
수원=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