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SAP코리아가 자사 리포팅 툴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 등 300여곳에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동안 MS 등이 한국 정부와 협력해 SW 불법복제 단속을 벌인 경우는 있었지만 해외 기업이 직접 나선 것은 매우 생소한 일이다. 오죽했으면 외국기업이 이렇게 불법 SW사용 법적조치에 나섰을까. 법적조치 대상 역시 민간기업을 벗어나 공공기관도 포함됐다.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불법 SW사용이 난무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단지 미국의 스페셜 301조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외국의 통상공세만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SW 불법복제 및 사용은 건전한 SW 개발 환경의 근간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 아이디어에서 개발, 구매, 사용에 이르는 선순환구조를 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시장에서 마찰의 소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부가가치가 높은 SW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재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고부가 지식상품인 SW에 대해 제값을 치르는 풍토가 조성되고 선진국 수준의 지재권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기업 등에 대한 SAP코리아의 법적조치는 초미의 관심사다. 더 이상 정품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구호는 사치스럽다. 내용증명을 받은 상당수 기업들이 외국계 SW 라이선스에 대한 정책이해가 부족했다는 설명도 이유가 안 된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외산 SW라고 할지라도 지재권은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당장은 아프겠지만 그게 대한민국 SW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