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거꾸로 가는 컴퓨터 교육

[ET단상]거꾸로 가는 컴퓨터 교육

지난 7월 미국 콜로라도 하원의원인 제리드 폴리스(Jared Polis)는 미래의 정보기술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준비를 위해 컴퓨터과학교육법안을 발의했다. 폴리스의원에 따르면 컴퓨터교육을 받을 기회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고 컴퓨터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다양성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컴퓨터 교사 양성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컴퓨터과학교육을 실현하도록 컴퓨터과학교육법안에 명시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IT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위기감이 나온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 정부도 소프트웨어(SW) 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인력양성의 근간이 되는 교육에 대한 일 만큼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그전까지 존재하던 컴퓨터교육이 법조문에서 사라짐에 따라 컴퓨터과학교육은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초토화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에서 발표한 수능시험개편방안에서는 정보기술을 주로 배우고 있는 실업계고등학생들이 응시하는 직업탐구영역에서 조차 컴퓨터관련 과목들이 아예 삭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릴 때부터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이 과연 대학의 컴퓨터관련학과에 가서 공부하려는 마음을 먹게 될 것인가. 컴퓨터과학교육을 받지 못한 채 공학, 의학, 자연과학 등을 수학하는 대학생들이 IT 활용을 해당 분야에서 융합해낼 수 있을 것인가. 각종 미디어와 수많은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SW 인력 부족은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일까. SW 인력 양성에 있어 거꾸로 가고 있는 국내 교육 정책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숨만 짖게 하고 있다.

컴퓨터교육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정보영재에 대한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해결능력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과학교육이다. 초중등 컴퓨터과학교육과 대학에서의 컴퓨터전공과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컴퓨터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대학의 컴퓨터관련전공을 수학하고 사회에 나가 산업인력으로 연결되는 연계교육이 절실하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SW에 대한 인재육성사업과 각 대학에서 만드는 SW학과가 컴퓨터과학교육을 받은 학생의 입학을 전제로 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린 시절 발현된 정보영재의 특성이 고등학교에서 강화되고 이어져 대학으로 연결되기 위한 연결고리가 형성되려면 정보과학고등학교를 통한 정보영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문제해결능력을 바탕으로 IT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컴퓨터과학교육이 초중등교육과정에서 필요하다. 국가정보화기본법에서는 정보에 관한 교육과정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제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회의원이 나서서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중등 컴퓨터교육을 강제화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할 것을 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앞다퉈 SW인력 채용을 계획하고, 정부에서는 미래의 전략산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국가 경쟁력에 있어서 이제 SW 인력을 수입해서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 될까 염려된다. 하드웨어를 개발하면 주요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것처럼, 앞으로 SW를 개발하면 주요 인력은 수입해서 충당하게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원인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재개정을 통해 앞서 가는 컴퓨터과학 교육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sjahn8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