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에 가장 역동적인 벤처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 당장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베이징 중관춘이 2012년까지 880억달러 상당의 산업생산 실증지역으로 거듭날 태세고, 상하이와 광저우 등이 기회의 땅이 될 전망이다. 한국 벤처기업에게도 중국은 새롭게 도전할 지역이 됐다. 중국은 물론 해외로 진출할 때 주의해야 할 기업 간 `중재` 질서에 관해 현지 전문가로부터 들었다.<편집자>
얼마 전 한국의 모 게임회사로부터 “중국 업체와 로열티 분쟁이 있으니 게임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중재`로 해결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계약서를 보니 `당사자들은 이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생길 경우 중국에서 중재로 해결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중재기관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와는 조금 다른 요청을 받기도 했다. “중국 측과 합자계약을 논의 중인데, 이미 중요한 협상을 모두 끝냈다. 곧 사장님이 중국에 오셔서 계약하니 `분쟁해결조항`만 빨리 해결해달라”는 것.
우선 첫째 사례의 경우, 중국법상 유효한 중재합의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중재법 제16조, 제18조에 의하면, 중재기관을 특정하지 않고 중재합의를 한 경우 당사자들 간에 보충합의를 체결하지 않는 한 중재합의가 무효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효하다.) 따라서 보충합의를 체결하지 못하는 한 한국 게임회사로서는 한국이나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중 간 법원 판결은 상호 승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게임회사는 중국회사의 재산이 있는 중국 관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둘째 사례의 경우에는 사전 법률 검토를 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사례보다는 더 나은 상황이나, 역시 분쟁해결 조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통상 계약서에는 소위 상업적(commercial) 조항과 법적(legal) 조항이라는 것이 있고, 법적 조항은 다시 준거법·분쟁해결·불가항력·계약해지·위약책임 등에 관한 조항들로 분류된다. 간혹 법적 조항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변호사에게 빨리 협상을 끝내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협상을 잘 해 유리한 상업적 조항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법적 조항이 잘못되어 있을 경우에는 분쟁 시 자기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어느 한 당사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쟁해결 조항이 있는 경우라면, 그 당사자가 계약을 성실하게 준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특히 분쟁해결 조항 결정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거래에서는 법원의 판결보다 중재 판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대체로 각국 간 법원의 판결은 상호 승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중재의 경우에는 한국·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뉴욕협약에 가입했으므로 중재판정이 다른 국가에서도 승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재 심의가 법원 심리보다 전문성이 높고 또 신속하게 진행되는 장점도 있다.
중재로 갈 경우에는 중재지, 중재기관, 중재규칙, 중재인 구성, 중재언어 등에 관해 각국의 중재법, 중재기관의 특성, 관련 중재규칙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규정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전술한 바와 같이 기관중재만을 인정하고 임시(ad-hoc) 중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중재기관을 특정해야 한다. 따라서 중재기관을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한데, 중국 측과 협상을 할 경우에는 예외 없이 이 점이 쟁점화한다.
이와 관련, 어떤 중재기관을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쟁해결기구로 공정한 심판자를 찾는 게 기본이니만큼 가급적 제3국 중재기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또는 중국 측이 한국 측을 상대로 중재를 제기할 때에는 한국의 중재기관을, 한국 측이 중국 측을 상대로 제기할 때는 중국의 중재기관을 정하는 것과 같은 방법도 있다. 그러나 중국 외 중재기구를 정할 경우에는 중국 법원에 가압류와 같은 보전처분을 구하기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권대식 법무법인태평양 북경사무소 변호사 daeshik.kwon@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