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또는 인터넷과 연결시키는 장치인 `셋톱박스(SetTop Box)`가 스마트 융합(Smart Convergence) 현상이 가속됨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엔 단순히 방송 수신 장치에 불과했으나 인터넷과 TV를 연결한 인터넷TV(커넥티드TV) 수요가 늘면서 `스마트 셋톱박스`로 변신하고 있는 것. 최근엔 스마트TV 시대 승자를 판가름하는 열쇠는 TV가 아니라 `셋톱박스`라고 불릴 정도로 선점 경쟁이 뜨겁다.
6일 셋톱박스 업체 가온미디어에 따르면 전체 생산량 중 벌써 20%에 대해 인터넷(IP)과 연결된 `스마트 셋톱박스`를 생산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스마트 셋톱박스는 전체 생산량 중 5%도 안됐으나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TV는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최근에 LCD나 PDP TV를 구매한 소비자가 스마트TV를 즐기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 방향도 홈네트워크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셋톱박스 대중화에 가장 먼저 나선 회사는 애플이다.
애플은 애초 `구글TV`와 같이 자체 운영체제(OS)를 내장한 TV를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기존 셋톱박스가 진화한 모델인 `애플TV`를 선보였다. 애플TV는 기존 셋톱박스 대비 4분의 1 크기에 가격을 99달러로 크게 낮추고 인터넷 비디오 대여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의 스트리밍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구글도 `스마트 셋톱박스` 선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소니와 제휴한 구글TV를 셋톱박스 내장형과 외장형 두 가지 종류를 선보인 바 있으며, 삼성전자도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차세대 스마트 셋톱박스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집안 어디에서나 동영상 콘텐츠를 스마트폰, PC, 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스마트 셋톱박스` 중심으로 `스마트 홈`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셋톱박스가 방송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 적합한 동영상 파일로 변환해줘 기기에 상관없이 비디오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이 같은 계획은 향후 가정 내 스마트 전쟁 출발점이 `셋톱박스`임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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