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논쟁은 흔히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제공자와 포털 업체 간의 이해득실을 위한 논리 싸움으로 비치지만 양측이 대립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양측 사업자가 모두 지적하는 `공공의 적`이 존재한다.
완벽한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불법 파일 공유사이트가 그것이다. 포털 사업자들에게는 콘텐츠를 불법 유통시켜 정당한 사업 기회를 뺏고 망사업자들에게는 과다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인터넷 대역폭 독점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포털 업체의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 중 2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트래픽 중 포털이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인 32.1% 중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과 체류시간 점유율 70%를 산정해 추산한 결과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인터넷 전체 페이지뷰(PV) 중 네이버가 차지하는 PV의 비중을 측정한 결과는 이보다 낮은 16.7%다. 양측이 주장하는 수치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인터넷 트래픽의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포털을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KT서울중부네트워크서비스센터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을 넘어섰고 일반 하향 트래픽에서도 파일공유사이트들의 트래픽은 60%를 넘어섰다. ▶본지 2010년 8월 30일자 1면 참조.
인터넷 망 제공 사업자들은 포털과의 인터넷 인프라 비용 부담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지만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파일공유서비스 사업자들의 대역폭 독점현상부터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는 트래픽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사용자들의 속도와 품질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망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초고속인터넷 트래픽은 미국의 인터넷 트래픽과 비교해 지나치게 파일공유서비스의 비중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개별 사업자의 영리를 목적으로 발생된 망 트래픽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합법적인 웹하드 업체들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입주해 전용회선 서비스를 이용, 사업을 하면서 발생시킨 트래픽은 전용회선 비용이라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
하지만 P2P가 결합된 웹하드 서비스는 개인 사용자 사이에서 대용량 파일 전송을 유도해 네트워크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지만 이로 유발된 트래픽의 대가는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제공업체 관계자는 “파일공유서비스로 대량 파일 전송이 이뤄질 경우 전송 종료 시까지 타 사용자의 속도 및 품질 저하를 야기한다”며 “국내 망사업자들이 투자해 가꿔놓은 초고속 인프라를 과다한 트래픽 유발로 독점하고 있는 사업자를 제재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소리바다의 국내 서비스 출시 이후 10년간 P2P 응용 프로그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소리바다는 지난 2008년 저작권 침해 방조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 240개에 이르는 파일공유사이트 중 다수도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여전히 P2P로 유통된 불법 저작물이 전체 불법 유통 저작물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P2P는 개인적인 파일 주고받기를 넘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포털 업체들이 그리드 전송 기술을 이용하면서 스트리밍 방식의 포털들이 이 기술을 대거 수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PC로 내려받은 파일을 다른 PC로부터 전송받는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게 해 서버와 중앙 회선의 부하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기술로 중앙의 통제 아래에서 컴퓨터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다. P2P는 사용자 PC의 자원을 무한정 이용하기 때문에 속도 저하 등의 악영향을 끼치지만, 그리드 전송기술은 서버 통제로 사용자 자원을 최소화한다는 게 이 기술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백본망에서의 트래픽은 감소되지만 초고속 망 전체의 트래픽은 오히려 늘어나 무임승차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2P 업체 관계자는 “P2P는 기존의 서버와 클라이언트 개념이나 공급자와 소비자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하고 검색함으로써 모든 참여자가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가 되는 형태의 서비스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