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장강삼각주 우시 신구에 위치한 하이닉스 중국 공장. 기자가 방문한 지난 5일은 33도에 이르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회사 곳곳에 붙은 하이닉스뉴모닉스 회사 안내판에서 뉴모닉스를 떼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하이닉스반도체 중국 우시공장이 지난 2004년 설립된 이래 6년 만에 하이닉스의 독자적인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달 31일 뉴모닉스가 보유한 지분을 하이닉스가 4억2300만달러(약 5219억원)를 들여 모두 인수했기 때문이다. 사명도 HNSL(하이닉스뉴모닉스반도체)에서 HSCL(하이닉스반도체중국)로 변경할 계획이다.
하이닉스의 독자적인 자회사로 탈바꿈한 우시공장은 이날도 D램 생산을 위해 직원들이 출근, 라인에서 작업 중이었다. 우시공장 300㎜ 팹 천장에 설치된 반송장비는 쉴 새 없이 왔다갔다하며 웨이퍼를 적재적소로 이동시켰다. 우시공장 제조부에 근무 중인 황창규 차장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50% 정도”라며 “전 세계 D램 생산의 11%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시공장은 지난 6월부터 44나노 D램 양산에도 들어갔다.
우시공장은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우시 시정부에도 큰 자랑거리다. 장쑤성 최대 외자 유치기업이면서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월 6만장의 300㎜라인을 가동하지만 하이닉스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5만장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이 때문에 원자바오, 우방궈, 자칭린, 시진핑 등 중 상무위원들 상당수가 공장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런 대접을 받고 있지만 하이닉스가 우시공장을 설립키로 한 당시만 해도 어려움이 컸다. 반도체 전체의 시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ST(이후 인텔과 합작으로 뉴모닉스를 설립)가 합작사로 투자한다고 하자 그제야 중앙정부가 승인을 내줬다.
강성석 우시법인 관리지원그룹장(상무)은 “초기 대규모 공장부지를 신청하자 일부 우시 시정부 관계자들이 대만처럼 부지만 확보한 채 투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2006년 잇달아 200㎜라인과 300㎜라인을 가동하자 그런 의심은 신뢰로 전환됐다”고 회상했다.
하이닉스의 남다른 노력도 우시 시정부를 감동시켰다. 하이닉스는 24시간 돌아가는 공장 특성상 기숙사를 짓기로 했는데 기숙사 전방을 2인실과 4인실로 꾸몄다. 정은태 우시공장 기획팀 차장은 “우시 시정부조차 기숙사를 짓는 기업도 드문데다가 보통 8인실 위주여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만류할 정도였다”라며 “이러한 하이닉스의 직원 존중 문화가 우시정부와 직원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하이닉스 우시공장 인근에서 가동에 들어간 후공정 합작 기업인 하이테크반도체 역시 중국 정부의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 하이테크 설립을 결정한 2008년 반도체 경기 악화로 국내 모든 후공정 기업들이 합작사를 설립하고 후공정장비를 매입해달라는 하이닉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강상무는 “팹부터 패키징까지 일관공정 체제를 갖춘 만큼 50%에 이르는 중국내 시장 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D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기반 투자도 재개하는 등 하이닉스가 더욱 강한 메모리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우시공장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시(중국)=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