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가 화두로 등장했다. 과거 삼성전자 · 소니 · LG전자 등 전자제품 제조회사의 전유물이라 생각됐던 거실의 대표가전 시장에 인터넷 검색, PC, 소프트웨어 기업 모두 참여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콘텐츠 중심 기업과 TV 제조사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정의가 사라지는 새로운 시대의 등장이다.
◇스마트TV란=단어 그 자체로는 쉽게 이해된다. 스마트TV는 `똑똑한 TV`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모호하다. 어느 정도를 똑똑하다고 할지 분명치 않아서다. 인터넷TV도 과거 TV에 비해선 아주 똑똑해졌다.
스마트TV의 개념은 기술 발전과 함께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휴대폰에 `스마트폰`을 붙인 전례를 생각하면 스마트TV에 대한 윤곽은 가늠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운용체계(OS)가 있어 웹과 자유롭게 호환되고 개인이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TV가 스마트TV의 최소 조건이 될 것이다.
한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TV에 대해 “소비자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고, 자유롭게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TV”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인터넷에 연결,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앱 설치로 내 취향에 맞출 수 있고(Customized) 사회적 관계를 형성(Social Networked)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연 설명이다.
◇왜 스마트TV인가=지금까지의 TV는 전형적인 수동 미디어였다.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TV는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하고 리모컨으로 채널과 볼륨만 조작하면 누구나 시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마트TV가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그대로가 아니라 시청자가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인터넷TV나 IPTV는 과거에 비해 시청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TV는 훨씬 더 열린 공간이다. 또 자유롭다. 지상파 · 케이블 ·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업, 가전사 누구나 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어느 하나에 종속되지 않고 선택권은 그 만큼 더 높아진다.
애플의 아이튠스를 떠올려 보자. 아이튠스는 현재 아이팟 · 아이폰을 겨냥한 콘텐츠 유통 채널이다. 초기 음악 콘텐츠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영화 · 뮤직비디오 등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고해상도 HD 영화도 서비스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튠스와 호환되는 스마트TV를 내놓는다면 기존의 방송사나 케이블 회사는 애플이란 달갑지 않은 상대를 맞아야 한다. 애플 외에도 구글 · 소니 · 삼성 · LG 등 거대 기업들이 스마트TV를 모두 준비 중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서=스마트TV의 등장은 기존 TV 산업 구도의 붕괴다. 방송사의 독점적 구도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굳이 방송을 보지 않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찾아봐도 되고 아이튠스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받아 보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 열풍이 휴대폰에 이어 TV로 향한 건 시장성이다. TV는 전 세계 40억명이 즐겨보는 친숙한 매체다. 구글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미국 청소년들은 하루 7시간 30분 동안 TV를 본다. 반면에 인터넷은 일주일에 11시간 30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시간 면에서 TV가 PC 등 인터넷 사용 시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또 2009년 기준 미국 TV 광고 시장은 830억달러로 200억달러 수준인 온라인 광고 시장보다 4배 이상 크다. 인터넷 광고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TV를 따라가지 못한다. TV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TV 무한경쟁=요즘 국내외 TV업체 경영진의 최대 관심사는 구글과 애플의 행보다. 구글은 지난 5월 소니와 구글TV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애플은 대외 공표한 바 없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스마트TV 진출은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글로벌TV 시장을 놓고 과거엔 삼성전자 · LG전자 · 소니 · 도시바 등 전통의 가전 회사들이 경쟁했지만 이제는 구글 · 애플 등과 같은 인터넷과 PC 업체 등이 새롭게 가세해 훨씬 복잡하고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스마트폰 충격으로 휴대폰 분야에서 워낙 비싼 수업료를 치룬 탓인지 TV에서 만큼은 실기를 하지 않겠다는 비장감이 흐른다.
삼성전자는 올 초 가장 먼저 TV용 앱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 · 유럽 등에서 지역별 특화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8월 미국에서 TV용 애플리케이션 설명회를 가졌고 10월에는 영국 · 프랑스 · 독일 등지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스마트TV팀을 두면서 미래 TV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IT기업,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등과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차세대 TV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포괄적으로 협력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TV 전문가들은 스마트TV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즈키 하야시 일본 테크노시스템리서치 마케팅본부장은 “소니는 구글 · 인텔과 협력해 스마트TV 비즈니스와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기업의 스마트TV 시장 선점 경쟁은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여지듯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더라도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더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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