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야기] 발레에 심취한 남자, 장운규…발레 `라이몬다` 압데라흐만 역으로 관객 앞에 서다

[공연이야기] 발레에 심취한 남자, 장운규…발레 `라이몬다` 압데라흐만 역으로 관객 앞에 서다

마음에 고요하면서도 깊은 호수를 간직한 남자가 있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장운규다. 날렵한 얼굴선과 눈매를 가진 그는 어쩐지 인상이 강하고 예민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와 몇 분간이라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면 한결 부드러운 남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섬세하고 깨끗한 테크닉으로 무대를 누비는 장운규. 그가 이번에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발레 `라이몬다`에서 압데라흐만 역으로 무대에 선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볼쇼이발레단과의 합동공연으로 발레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운규는 이미 국립발레단 입단 전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을 맡아 기대주로 떠올랐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 객원으로 출연, 각종 콩쿠르와 공연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세계 5대 무용 콩쿠르 중 하나인 2000년 불가리아 바르나국제발레 콩쿠르에서 베스트 커플상, 2001년 러시아 카잔 국제발레콩쿠르의 남자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 주인공이다.



Q.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된 소감은?

글쎄요. 볼쇼이발레단하고는 전에도 `호두까기인형` 등의 공연을 했었어요. 그래서 무용수들에게 크게 와닿는 것은 없어요. 같은 무용수고, 사전에 여러 자료들을 통해 봐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같은 발레를 하는 사람이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처음 만난 순간만 조금 낯설 뿐, 곧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Q.`라이몬다`에서의 압데라흐만은 어떤 역할인가요?

캐릭터가 강한 배역일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재밌죠. 고루 하기보다 한 가지를 파고 들어가야 해요. 끝까지 파고들어서 맛을 내는 게 목표니까요. 실패 아니면 성공이죠. 분명해요. 아주 잘 하던가, 끝이던가. 그런 스릴이 있어요. 하나의 뭔가를 강하게 표현해 내야 하기에 거기서 느껴지는 희열도 있어요. 애착도 생기고, 짧지만 임팩트있게 보여줘야 해요.



Q.무용수가 생각하는 발레 `라이몬다`는 어떤 작품인가요?

라이몬다는 워낙 춤이 많은 작품이에요. 처음엔 화려한 가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재미없다고 느껴졌어요. 결혼식 장면에서의 그랑파두되가 유명하지만 부분적으로 봐서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없죠. 저의 경우 안무가마다 다른 특색의 전막 라이몬다를 보면서 해석을 달리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국내에서 그리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니에요. 화려한 작품들만 알려졌죠. 그래서 이번 최초 전막공연이 새로워요.



Q.동작으로 보는 발레 `라이몬다`를 표현한다면?

라이몬다의 춤은 특색이 강해요. 하나의 스타일이 잘 녹아져 있죠. 정통 클래식을 유지하면서 캐릭터댄스가 다양한 모습으로 소개돼요. 특히 헝가리 춤이 작품 전체에 배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민족적 특색이 강하죠. 배역에 대한 아이디어는 영화에서 잘 얻는 편이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영화 `킹덤오브헤븐`가 문득 떠올랐어요. 기대가 되는 대목은 압데라흐만의 클라이막스인 솔로입니다.



Q.유리 그리가로비치와의 작업은 어떠세요?

굉장히 큰 분이세요. 감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맥 같은 분이시고요. 항상 무용수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세요. 최고의 위치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 오셨던 분이 낮춰서 하나하나를 굽어보시기가 사실 어렵거든요. 정말 최선을 다하게 돼요. 스스로 해야겠다는 어떤 에너지를 이끌어주시죠.



Q.발레리노 장운규에게 `발레`는 어떤 의미인가요?

계속 하는 거죠. 무던히 계속 가는 길인 것 같아요. 막연히 `그런 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발레는 너무 담백해서 맛이 없는 것 같지만 오묘한 맛이 있죠. 마라톤, 히말라야 등반 심정이에요. 같은 동작을 해도 매번 똑같지 않아 묘한 매력이 있어요.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이야기] 발레에 심취한 남자, 장운규…발레 `라이몬다` 압데라흐만 역으로 관객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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