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국가의 기밀이 담긴 전직 정보요원의 회고록 초판본을 모두 사들여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이 회고록에 담긴 국가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전직 국방정보국(DIA) 요원이자 미 육군 예비역 중령인 앤서니 A.셰퍼는 최근 회고록인 `작전명 다크 하트(Operation Dark Heart)` 초판본을 출간했다.
이와 관련, 육군 소속 전문가들은 셰퍼의 원고를 검토하면서 여러 부분에 대해 교정을 권고한 뒤 지난 1월 출간을 최종 승인했고 세인트 마틴스 프레스 출판사 측은 출간 날짜를 8월 31일로 잡았다.
국방정보국은 지난 7월 문제의 원고를 입수해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 다른 정보기관들과 함께 내용을 검토한 결과, 국가 기밀 유출이 의심되는 200여개 이상의 구절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출판사 측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이미 299쪽짜리 무삭제판이 비평가들에게 발송된 뒤였으며 일부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었다.
책은 셰퍼가 지난 2003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5개월간 국방정보국 소속으로 파견돼 첩보활동을 벌였던 경험을 담고 있다.
셰퍼는 책에서 아프간에 파견돼 활동중인 CIA와 NSA 요원들의 실명을 밝히거나 파키스탄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첩보활동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자인 셰퍼 및 출판사 측과 국방부는 오는 24일 출간될 예정인 개정판에서 삭제할 내용을 놓고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양측은 그러나 출판사 창고에 쌓여있는 초판본을 국방부가 사들일 지, 구매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지 등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미과학자연맹(FAS)의 정부기밀 프로젝트 책임자인 스티븐 애프터굿은 이번 사태가 국가기밀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상대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애프터굿은 그러나 초판본의 판매를 중단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초판본에 대한 관심만 부각시키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