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0일(현지 시간) 아이폰용 앱 거래장터인 `앱스토어`의 승인 절차를 규정한 앱 가이드라인을 새로 발표했다. 개발자들은 그동안 애플에서 투명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앱 등록이 거부되더라도 거부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없었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애플이 승인 기준을 매우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자주 바뀐다는 불만이 많았다. 일각에선 사실상의 검열 행위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일례로 올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코믹 버전(앱)에 대해 애플이 특정 장면의 수정을 요구하자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는 외설 문제로 20~3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는데, 애플이 ‘율리시스’의 만화 애플리케이션의 수정을 요구한 것은 20~30년대 검열시대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 애플은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와 앱스토어 사이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가이드라인은 “만일 당신이 종교를 비판하려면 책을 쓰고 섹스를 묘사하고 싶으면 책이나 노래를 지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앱은 분명히 책이나 노래와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플은 사용자들에게 유용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재미를 주지 못하는 앱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또한 앞으로 승인 거부된 앱을 위해서는 ‘리뷰 보드’를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발혔다. 이의제기를 하려면 ‘리뷰 보드’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번에 애플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일단 전향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앱 승인이 거부될 경우 이유도 알지 못했고, 이의제기도 할 수 없었는데 `리뷰 보드`를 통해 의사표현을 할수 있는 통로가 일단 마련된 것이다.
한편 애플은 이번에 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애플의 플랫폼이 아닌 제3자의 개발툴을 사용할 경우 종전에 가해졌던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어도비 플래시나 오라클의 자바 프로그램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개발자들이 지금보다는 쉽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아무튼 이번 애플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제3의 개발 도구에 대한 개방적 조치로 그동안 공식적으로 허용되지않던 앱의 앱스토어 등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년전 한창 논란이 됐던 구글의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 ‘구글 보이스’의 아이폰 앱 등록이 허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 보이스’의 아이폰 앱은 그동안 ‘제일 브레이킹(탈옥)` 버전인 ‘GV모바일’이 비등록 앱 거래정터인 ‘시디아’를 통해 유통되었는데, 개발자인 Sean Kovacs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다시 앱스토어에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앱이 정식 등록되면 아이폰 사용자도 구글의 공식 버전은 아니지만 제 3자가 개발한 `구글 보이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글측은 자사의 공식 버전인 `구글 보이스`의 앱 등록에 관해 공식적인 의견을 아직 내놓지않고 있으나 구글 보이스용 제3자 애플리케이션인 ‘GV 모바일’이 앱스토어에 정식 등록된다면 구글 보이스의 등록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그동안 앱스토어 비등록제품의 거래장터인 ‘시디아’를 통해 유통됐던 인기 앱의 앱스토어 등록 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높다.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