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로 써도 이것보다 낫겠다, 머리는 장식용으로 달고 다니니. 너네 엄마도 너 이렇게 사는 거 아시니.`등등.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가운 눈초리와 포크로 찌를것 같은 날카로운 언사를 퍼부어댄다. 속도 상하고 자존심도 상한다. 대하소설로 엮어도 족히 열 권은 넘을 것이다. 좋게 말해도 알아들을 텐데 꼭 그렇게 가혹하고 잔혹하게 혹평을 쏟아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밤길 으슥한 골목에 마주 서서 속시원히 한번 따져보고 싶다.
엄히 가르치는 건지 괜히 신경질 부리는 건지 분간부터 하자.
겉으로 드러난 행동도 있지만 속에 감춰진 마음을 읽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하지만 꾸중하고 소중하지만 매를 든다. 상사가 내게 심한 말을 하고 냉혹하게 처벌한 것이 어쩌면 호되게 단련시키려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심이 한 움큼이라도 발견된다면 순순히 수용하자. 그래야 교훈을 얻는다. 말에 상처받느라 내용을 놓쳐버리면 서로 억울하다. 힘들게 열정을 불살라 엄하게 꾸중한 상사도 헛수고가 되고, 스스로도 사나운 꼴만 당한 것으로 끝난다. 나도 냉혹했던 상사 덕분에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이를 악물어서 덤벙거리는 습관을 많이 고쳤다. 물론 상사의 호된 꾸중이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무례하고 못된 상사도 있다. 그들이 내게 인격을 모독하고 화를 돋구면 이 상황을 연극이라고 가정해보자. 어차피 인생은 연극일지 모른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온 세상은 무대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막에 걸처 여러 역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상사는 악역을 맡아 나를 공격하는 중이고 나는 내 역에 충실하기 위해 대사를 읊고 있는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