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中企 핵심기술 보호, 기술임치제가 답이다

[ET단상] 中企 핵심기술 보호,  기술임치제가 답이다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화두다.

대 · 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 중 하나로 대기업은 독자적인 기술확보 등을 위해 협력 중소기업에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계속적인 거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2.1%가 기술탈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언론에서도 지하수를 이용해 건물 냉방을 하는 설비를 개발한 B사가 대기업 납품과정에서 세부 설계가 포함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대기업은 해당 제안서를 바탕으로 타 기업에 몰래 용역을 발주해 B사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기술자료 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이미 1970년대 초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 간 납품거래 시 일반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의 설계도, 사양서, 생산방법, 영업비밀,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등의 핵심 기술 자료를 제3공인기관인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이하 재단)에 보관함으로써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대기업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의 파산 · 폐업 등이 발생해도 해당 임치물을 이용해 납품받은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는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에도 해당 임치물을 이용해 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7월 재단에서 실시한 `대 · 중소기업 간 기술유출 및 기술임치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기술임치제에 대해 대기업의 87.5%, 중소기업의 81.4%가 필요하다고 답해 오히려 대기업이 이 제도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한국전력, 삼성SDS, LG유플러스, SK건설,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인켈 등에서도 자체 구매제도에 기술임치제를 반영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에서도 기술임치제의 필요성을 인지해 관련 상담 및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기술자료 임치건수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40여건에서 이달 현재 35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5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채 안 된 만큼 아직까지 기술임치제를 많은 기업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재단에서는 홍보를 강화하고 직접 기업을 방문해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하는 현장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기술임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소 · 벤처기업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키콕스(KICOX)벤처센터로 10월 말에 이전하는 한편 임치물 보관금고도 현재 400개에서 3000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거리 민원인이 기술임치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내년 초부터는 온라인 임치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루속히 기술임치제가 국내에 정착돼 대 · 중소기업 간 납품거래에서 중소기업이 핵심기술을 빼앗기는 사례가 없기를 기대한다.

안병화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 abh@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