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X 가입자의 선택은?

방통위, 800만 01X 사용자 발목 잡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번 010 번호통합 조치로 현재 01X를 쓰는 이용자들은 다소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갖게 됐다. 각 사별로 번호이동과 번호표시 최대 가능시점이 제각각이고, 자사 가입자에 한해서만 3G 전환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01X 가입자의 선택은=먼저 KT의 01X 가입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010 번호 변경에 동의한 뒤 01X 번호로 3년간 아이폰4를 쓸 수 있다. 이른바 `한시적 번호이동`이다. 아니면, 일단 010으로 번호를 바꾼 뒤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3년간 이용해 아이폰4를 쓸 수 있다. 이 경우, 이통사를 바꿔 갤럭시S나 갤럭시U를 쓰지는 못한다. 다른 이통사로 가려면 기존 01X를 버리고 010으로 바꿔야 한다.

570여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의 01X 가입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 01X 가입자는 SK텔레콤의 2G망 종료시점인 2018년 이전에 한시적 번호이동을 하거나,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

LG유플러스의 01X 가입자는 이 회사의 2G망 종료시점인 2015년부터 2년 이내에 두 서비스중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 2017년 이후에는 010으로 강제 통합되기 때문이다.

◆자사 가입자 제한=자사 가입자에 한해 3G 전환을 가능하게 한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011이나 017 등을 쓰는 SK텔레콤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높은 01X 가입자 확보에 기대가 컸던 KT에 직격탄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그동안 번호통합과 관련해 작업해 온 것들이 허사가 돼버렸다”며 “현재로서는 어떤 대안도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에게 불리한 면만 있는것은 아니다. 내년 2G망 철거를 앞두고 있는 KT로서는 이번 조치 자체가 80여만명의 016 등 01X 사용자가 3G로 넘어오는데 큰 촉매제다.

특히 01X 사용자가 3G로 전환 후 3개월 뒤에는 타사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다면, KT는 SK텔레콤의 3G 전환 가입자중 `아이폰4` 사용 희망자를 얼마든지 KT 자사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SK텔레콤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이번 정책이 편법 마케팅으로 활용돼 시장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3G 전환을 자사 가입자로만 제한한 조치는 이용자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도 내달 방통위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이 점을 중점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방통위가 사업자 입장 조율에 함몰된 나머지, 대다수 국민의 편익 증진에는 소홀했다”며 “이미 4000만명(010 가입자)이 자유롭게 통신사를 넘나드는데, 고작 800만 가량 남은 01X 사용자의 발목을 잡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방통위 조치에 대해서는 다음달 국감을 통해 문제점을 짚어나가겠다”고 덧붙혔다.

류경동 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