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어떤 자리에서 `골프와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소위 잘 나가는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 날의 주제는 회사 경영이나 골프나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에 의해 성공, 실패가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관련해서 라운딩을 하다 보면 참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곤 하는데,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는 혜안을 가지고 전략을 세워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필드에 나오면 아예 머리를 쓰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20m 앞에 연못이 있고, 연못 너머 150m 지점에 그린이 있는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5번 아이언, 6번 아이언을 들고 때린다. 대부분은 물에 빠진다. 왜냐하면 평소에 150m 날아가는 아이언이 5번이라고 가정할 때, 날아가는 거리 즉 캐리는 135m이고 땅에 떨어져 15m쯤 굴러가기 때문에 150m 남은 거리에서 5번 아이언을 때리면 정확히 연못 가운데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100m 보낼 수 있는 피칭웨지로 잘라가든지 아니면 4번 아이언을 들고 조금 길게 때려야 온그린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인데 이점을 간과하고 무조건 150m는 5번이라는 고정관념에 의존해서 플레이를 한다.
이날 강연에서 예를 들은 홀이 신원컨트리클럽 에벤에셀 4번홀이었다. 오른쪽으로 많이 돌아가는 도그렉 홀이면서 가로질러 치려면 커다란 연못을 넘겨야만 한다. 연못을 피해서 왼쪽으로 티샷을 때려놓으면 그린까지 180m 이상이 남는 반면 연못을 넘기면 100m 짧은 어프로치가 남는 홀이다. 이 홀의 공략 전술은 그린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티샷을 때리는 것이다. 만일 짧거나 슬라이스가 나면 연못에 빠진다. 다행히도 해저드 티가 그린에서 110m 지점에 있기 때문에 물에 빠진다고 해도 9번 아이언으로 스리 온이 가능하다. 즉 최악의 경우라 해도 보기로는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혹시라도 잘 맞아서 연못을 넘기면 피칭웨지로 세컨드 샷을 노릴 수 있고 그린이 평탕해서 웬만하면 버디를 잡을 수 있는 홀이다.
강연이 끝나고 며칠 지나서 갑작스럽게 한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바로 이 홀에서 지난 주말에 버디를 잡았다는 전갈이었다. 강연에서 들었던 것처럼 전략적으로 홀을 공략했더니 버디로 보상받았다는 것이다. 그 분도 전략적인 공략이라는 것에 대해 느끼고, 즐겼을 것이고 이 전갈을 받은 나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독자 여러분도 골프 코스에서 항상 한 수 앞을 생각하시라. 이렇게만 해도 몇 스크로크는 줄일 수 있을뿐더러 골프가 갑자기 재미 있어지기까지한다.